파도와 서퍼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무엇일까?

by 이수염

우리는 앞선 장에서 삶의 성장이 언제나 곧은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어떤 가지는 자연스럽게 자라고, 어떤 가지는 휘어지며 자란다. 어떤 경험은 우리를 확장시키지만, 어떤 경험은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삶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성장은 단순히 경험을 통과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험은 언제나 감정과 함께 나타난다. 기쁨, 분노, 슬픔, 불안, 후회.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동반한다.


문제는 감정이 언제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다룬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쉽게 오해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느끼지 않거나, 감정을 억제하거나,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


그러나 실제로 감정은 그렇게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감정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기억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순간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일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감정은 우리가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흐름에 가깝다. 이때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 바다 위에서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바다는 항상 움직인다. 잔잔한 날도 있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는 거세지기도 한다. 때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에서 파도가 밀려오기도 한다. 바다에 들어간 사람은 그 파도를 멈출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은 하나다.

그 파도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파도 앞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하나는 파도와 싸우려 하는 것이다. 파도를 밀어내려고 하거나, 파도를 막으려고 하거나, 파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버티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는 사람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파도는 우리의 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방식은 파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파도를 멈추려 하기보다, 그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 장면을 서핑이라고 부른다. 서퍼는 파도를 없애지 않는다. 서퍼는 파도를 탄다.


이 비유는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꽤 적절하다.

감정은 파도와 비슷하다. 그것은 언제나 일정한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아주 잔잔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예상하지 못한 강도로 밀려오기도 한다.


우리는 감정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이 밀려올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배워갈 수 있다.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감정을 제거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 균형을 찾는 능력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바로 그 감정에 휩쓸린다. 분노가 올라오면 곧바로 분노를 표현하고, 슬픔이 밀려오면 그 감정 속에 깊이 잠기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않는다. 감정을 느끼는 순간 그것을 안으로 밀어 넣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을 그대로 밖으로 흘려보내든, 감정을 완전히 안으로 밀어 넣든, 감정과의 관계가 일방적일 때 우리는 쉽게 균형을 잃게 된다. 그래서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과의 관계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잠시 바라보고, 그 감정이 지금 어떤 방향으로 나를 이끌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


이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태도와는 다르다.

오히려 감정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태도는 처음에는 쉽지 않다. 감정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우리의 사고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감정이 지나간 뒤에야 자신이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이 완전히 우리를 휩쓸어 가기 전에, 아주 짧은 순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순간 우리는 감정과 자신 사이에 아주 작은 거리를 느끼게 된다. 그 거리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작은 거리 덕분에 우리는 감정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감정을 다루는 능력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감정을 완전히 조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정이 지나가는 순간을 인식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인식은 우리의 반응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어떤 감정은 표현되어야 하고, 어떤 감정은 잠시 머물러야 한다. 어떤 감정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어떤 감정은 단지 이해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구분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반복된 경험 속에서 조금씩 형성된다.


우리는 때때로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운다.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문제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의 관계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바다 위의 서퍼 역시 완벽하지 않다. 어떤 파도는 잘 타지만 어떤 파도에서는 균형을 잃기도 한다. 때로는 물에 빠지기도 하고 다시 보드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감정을 살아간다는 것도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나 균형을 유지할 수는 없다. 어떤 순간에는 감정에 휩쓸리고, 어떤 순간에는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경험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삶은 완벽한 균형 속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우게 된다.

감정은 우리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해야 할 흐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도는 계속해서 밀려온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바다 위에서 계속 살아간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균형을 잡으며, 그러나 결국 다시 서려고 하면서. 어쩌면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바로 그 일일지도 모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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