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올바르게 소비하기

감정의 가계부

by 이수염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심한 사람들이 있다.

타인과의 감정소모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감정소모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둘 다 해당되었던 사람이다.

지금의 나는 감정을 힘들어하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이미지일 뿐이고, 인간이라면 그렇듯 나 역시 여전히 감정을 소모한다.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랑을 하는 것, 기쁨을 느끼는 것, 누구와 함께 슬퍼하는 것, 나를 지키기 위해 분노하는 것 등 모두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다. 이렇듯 당연한 감정소모를 하는 것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타인과의 무용한 감정소모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자각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감정을 소모하여 지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바르게 자각하고 해소하면 정말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고, 긍정적인 감정, 부정적 감정 구분 없이 소모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여 감정을 소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무용한 감정소모의 괴로움을 최소화하여, 감정소모하는 것 자체에 감정소모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없는 방에 불을 꺼두는 것과 같아, 전기를 소비하지만, 전기를 낭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즉 감정의 통제 또는 누전이 아닌 절약이고 올바른 감정의 소비이다.


명확히 자각하는 법은 무엇일까? 안타깝지만 다른 편법은 없다.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생각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그것을 직면하지 않을 뿐이다. 직면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낭비되는 감정의 불편함을 여전히 느끼면서,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감정의 소모를 겪게 된다. 이러한 소모는 낭비가 되는 것이다.

자각이 없는 감정낭비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겠다.


나는 음악시간이 매우 싫었다. 음악에 소질도 없었고, 악보를 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싫었다. 특히 합주나 수행평가를 위한 리코더 연주를 하는 것이 싫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코더를 잘 연주하지 못했으니까. 어렸을 적 나는 직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회피와 편법을 쓰는 아이였는데, 어떠한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못하는 것이 많았을 뿐이었고, 없는 소질에 비해 창피한 것은 싫어서였다.

여기서 올바른 자각을 통한 감정은 스스로에게 창피함 울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창피함을 직면해야 했다. 고로 나는 편법 없이 리코더를 연습했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회피나 편법을 사용했고, 합주나 수행평가 때마다 타인으로부터 내가 느끼는 창피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창피힘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 어떤 감정을 직면하고 발판으로 삼느냐는 것이다.


회피나 편법은 또 다른 회피와 편법을 부른다. 리코더 합주 때에는 다 같이 리코더를 연주하기에 그나마 나았다. 나는 리코더를 입에 가져다 대고,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척만 하는 행위를 하며 상황을 회피했다. 문제는 수행평가를 위한 개인연주였는데, 나는 리코더를 가방에 챙기고도 안 가져온 척하거나, 일부러 집에 두고 온 적도 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나의 회피나 편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목을 막론하고 수업시간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져나가서, 나를 더욱 못하는 것이 많은 창피한 아이로 만들었다. 후에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나를 성찰하고 뒤늦게나마 극복하는 자세를 갖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래보다 2년 뒤에 리코더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끄러운 경험담의 나처럼, 살면서 우리는 순간 느끼는 감정의 본질을 직면하지 못하여 우리의 마음을 낭비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곧 마음의 빚을 불리는 일이 된다. 우리는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의 사소한 낭비는 바로 잡지 않을 경우, 결국 경제적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의 마음과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과 마음의 올바른 자각을 통해 올바른 감정소모를 하고 직면하여, 극복하려고 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마음 역시 파탄을 맞아 쪼그라들고, 감정적 공황이 올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부족한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하는 숙제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창피하면,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연습하면 된다.

그렇게 꾸준히 나를 올바르게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스스로의 삶에 감정의 가계부가 되어, 우리의 감정을 더욱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어, 우리 삶을 당당하고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귀중한 자신을 올바르게 소비하자.

보석 같은 나의 마음속 감정들을 예쁘게 지출하자.

그렇다면 어느 순간 세공되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을 마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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