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룡의 해다.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딱히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오늘도 묵묵히 출근한다.
연말에 잠깐 쉬는 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쳇바퀴처럼 새해를 맞이해 다시 내가 맡은 프로덕트는 힘차게 굴러간다.
UX디자이너로서 벌써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그동안 성장하고 싶어서 참 많이도 공부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로 고민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2023년 작년에 크게 방황하다가 이제야 정신 차리고 진로를 잡게 되었는데, 그 결론이 직장인으로서 정년까지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그 결론을 통해 한번 더 현타가 왔다.
의외로 디자이너는 자유분방하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유관부서 사람들이 디자이너가 창의성 있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향이 없지는 않은데 이미 직장인으로 시작한 순간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적응하여 그냥 직장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특히 UX디자이너들은 유관부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많기 때문에 대학생 시절의 아티스트 성향은 금세 직장인스럽게 바뀌게 된다.
요즘에는 평범이란 단어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평범하게 취업하고, 평범하게 연애 및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건 이미 평범하지가 않다. 그리고 요즘같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몇십 년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 또한 평범하지 않다.
저출산 시대의 디자이너.
최근에 저출산 시대의 디자이너에 대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아마 상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할 것 같은데 저출산도 문제지만 우리의 늘어난 수명이 더 문제다. 평범한 삶을 오래 지속시켜야 생존할 수 있다. 특히 예전부터 디자이너는 AI가 발전하면 없어질 분야라는 인식이 있어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귀를 쫑긋하며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의 호황기가 지나고 현재는 우수수 인재들이 잘려나가고 있는 판국이다. 그래서 해외에 대한 꿈도 접었다.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엔 경제가 너무 안 좋다. 경기침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결국 제일 안정적인 건 기업에 최대한 오래 함께하며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건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정년까지 채운 디자이너를 본 적이 없다. 특히 UX분야는 역사가 깊지 않았기 때문에 정년을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하신 선배들이 많다.
디자인커뮤니티 디스닷에는 20대 학생들부터 취준생 시니어까지 모두 톡방에서 매일같이 소통하면서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는데 특히나 요즘 10년 차쯤 되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면 다들 고민이 많아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산다.
창업을 해서 나간 디자이너들도 매일 같이 생존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그렇다고 직장인들도 그리 편하지 않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건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는 회사는 없다'이다. 새해 덕담으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게 엄청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일한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많이 일해야 적당하게 돈을 준다.
결국 이런 굴레는 자본흐름을 따로 못 만들고 회사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직원을 쥐어짜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직원에게 봉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창업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창업을 한다고 해도 항상 직원 월급을 줘야 하고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적게 일하는 게 아니고 엄청 많이 일하는 것이다. 그러다 성공하면 조금 한숨을 돌릴 틈이 있겠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그냥 계속 많이 일해야 한다. 주변에 성공한 창업가와 실패한 창업가를 같이 봐왔는 데 성공한 사업가는 5프로 미만인 것 같고, 그냥저냥 먹고사는 사업가가 30프로 그리고 나머지 70프로는 직장인으로서의 삶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상속받은 2세 경영인은 제외)
꼰대는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성공한 사람들은 왜 직장인으로 사냐, 나와서 큰 물에서 놀아라 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따박따박 월급 받는 게 최고라며 다른 생각은 하지 마라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의 성과에 따라 꼰대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출강 나간 모 대학교 전경.
요 몇 년 동안 취업 강의를 참 많이 했다. 웬만한 수도권 대학교에 출강을 나갔고 서울시나 ddp 주관 행사도 나가 멘토링을 했다. AI 관련된 내용으로 시장분석을 했고 AI 포트폴리오를 쌓았으며 특강 때 여러 이야기를 했었다. 취업 특강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AI 시대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였다. 뭐 여러 해답이 있겠다. AI툴에 잘 적응해서 생산성을 높이던가 전략적으로 AI를 활용하던가 여러 직무를 겸직하여 디자이너의 역할을 넘어서면 된다.
그런데 AI를 공부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은 것이 바로 생각보다 디자이너는 AI의 피해의 뒤에 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아서'였다. 디자이너가 가성비가 좋은 인력이기 때문에 굳이 자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추가로 생성형 AI의 경우에는 이미지 생성과 텍스트 생성이 있는데, 이미지 생성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텍스트 생성에 연관된 인력부터 자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차례는 꽤 뒤쪽에 있게 된다.
우리의 발자취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의외로 정말 중요한 '성장 배경'
올해도 감사하게도 여러 기관에서 불러주셔서 취업 강의를 할 것 같은데,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특강을 하게 될 것 같다. 단순히 피그마 기능을 배우거나 포트폴리오 디자인을 다듬거나 미드저니를 다룰 줄 알거나 이런 건 부차적인 요소이고, 결국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요즘 깨달은 사실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에서 제일 중요한 파트가 의외로 지원동기나 입사 후 포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성장배경'이 시니어 입장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취업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포트폴리오가 영향을 끼치는 연차는 길어야 10년이고 그 이상의 연차는 더 이상 포트폴리오를 만들 필요가 없다. 왜냐면 그 이후부터는 그 사람의 인생이나 서사 자체가 포트폴리오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나 그거면 끝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스킬에 대한 자신이 생기고 경력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네트워킹이나 개인의 브랜딩 파워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차의 평범한 디자이너는 30년 차 디자이너 선배들을 보며 묵묵히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거나 임원이 되거나 은퇴 후 창업을 하거나 인 것 같다. 이렇게 길게 보면 10년 차도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갈길이 멀다.
참 평범한 디자이너가 되는 건 힘든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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