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딱 하나, 지루하다는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연인이자 서쪽으로 대서양을 단독 비행한 최초의 여성비행사였던 베릴 마크햄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이렇게 회고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 54개의 국가, 남한의 300배 면적과 같은 압도적 크기 뿐만 아니라 13가지의 기후와 11가지의 식생은 지구 최고의 타이틀을 가진 경이롭고 독보적인 여행지를 만들어 낸다. 검은 대륙의 빛나는 만년설 킬리만자로, 세계에서 가장 긴 빅토리아폭포,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협곡인 피시리버 캐년, 23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는 초베강, 칼라하리 사막의 보석 세계 최대 삼각주인 오카방고델타,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신혼여행지이자 오바마 대통령, 축구선수 베컴 부부가 휴양을 떠난 곳으로 잘 알려진 인도양의 지상낙원 세이셀,모리셔스, 잔지바르등.
여행에서 꿈꾸는 모든 것이 있는 곳, 바로 아프리카다.
최근 아프리카는 특별한 경험을 꿈꾸는 신혼부부나 연인, 꿈 같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가족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코틀랜드식 저택 창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기린과의 우아한 아침식사가 가능한 기린장원호텔은 BBC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 브룩쉴즈나 이완맥그리거와 같은 헐리웃 스타들이 사랑하는 호텔로, 1년후의 예약도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프리카의 고급 숙소들은 사바나 초원 한 가운데에 둘 만을 위한 캔들 디너를 준비해주기도 하는데, 한낮의 뜨거움이 가라앉은 대지위를 성성대며 지나가는 동물의 무리와 세렝게티의 노을 그리고 떠오르는 별은 잊지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 아웃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샴페인이 제공되는 열기구를 타고, 초원을 빼곡히 메운 수만마리의 누떼와 얼룩말들 사이를 자유로이 비행할 수도 있다.
물을 찾아 캠핑장으로 놀러온 집채만한 코끼리가 옹달샘 동요에 나오는 토끼처럼 물만 먹고 순둥한 모습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아프리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동화이다.
아프리카는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아프리카에서 걱정해야 할 것은 체중이 늘어나는 것 밖에는 없다. 얼룩말, 악어, 쿠두, 스프링복이나 오릭스와 같은 맛좋고 독특한 스테이크는 제쳐두고서라도 인도양과 대서양이 선사하는 신선한 해산물은 놀랍도록 풍부하고 저렴하다. 심지어 아프리카는 커피의 고향이라 불리우는 에티오피아, 영국 왕실의 커피로 유명한 탄자니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케냐가 있는 곳이 아니던가.
360년의 와인 생산 역사를 갖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긴 와인루트를 갖고 있는 남아공은 나폴레옹이 헬레나섬에 유배되었을때 생을 마감할때까지 위안삼아 마셨다는 콘스탄시아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남아공 와인은 가성비가 매우 높아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라 할지라도 매끼 모든 식사에 부담없이 곁들일 수 있다.
각종 국제 주류품평대회의 크림리큐르 부문에서 상을 독차지하는 아마룰라, 일명 코끼리술도 빼놓을 수 없다. 달달하고 상큼한 맛에 자꾸 마시게 되어 현지에서 ‘작업주’라 불리우기도 하고, ‘마룰라’라는 신성한 열매의 효능으로 인해 스테미너 술로도 사랑받는 칵테일이다. 독일의 공법을 그대로 가져와 아프리카 스타일로 발전시킨 맥주도 아주 훌륭하다. 특히 태양이 이글대는 사막 캠핑장에서 머리까지 쭈뼛하게 만드는 얼음 생맥주 한 잔이 단돈 2달러라니.
아프리카에선 마음껏 마시고 취해도 좋다.
NASA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별보기 좋은 곳에 선정된 나미비아 나우클루프 국립공원은 인공적인 불빛이 거의 없어,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낮의 태양을 상냥히 쓸어가는 밤바람과 어둠 속에서 간혹 뚜그닥뚜그닥 들려오는 오릭스의 수줍은 발자국 소리, 타들어가는 모닥불과 맞닿은 무릎. 아프리카의 별빛 아래서는 쉬이 잠들 수 없고 누구나 진솔해진다.
헤밍웨이는 아프리카의 아침을 알기전까지는 아침에 눈뜨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34살에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한다. 비행중 아프리카의 사막에 불시착한 35살의 생텍쥐페리는 우거진 바오밥 나무와 별이 쏟아지는 사막 속 ‘어린왕자’를 그려냈으며, 앙드레 지드는 24살에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신의 활력이 고갈되고 마음이 앙상해짐을 느낄 때, 또는 반복되는 삶 속에 반짝이는 영감이 필요한 순간에 아프리카는 그 답이 되어 줄 지도 모른다.
흔히 아프리카를 여행지의 끝판왕이라 부른다. 드넓은 세상을 돌며 쌓은 온갖 경험의 끝에서 아프리카를 만나야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마지막 페이지에, 또는 ‘죽기전에 꼭’ 이라는 말로 미뤄 두었을지도 모를 아프리카는 애석하게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지붕이자 빛나는 흰 눈으로 대륙을 어루만지던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정상에 20m가 넘게 쌓여있었으나 지금은 85%가 녹아 사라져버렸다. 생텍쥐페리의 소설에서 보듯 평균적으로 수천년을 살아내며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바오밥 나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연이어 죽어가고 있다. 올해 4월 케냐 올 페제타 보호구역에서 마지막 수컷이 죽고 세계에 단 2마리 남은 암컷 북부흰코뿔소는 더 이상 번식이 불가능하여 이대로 멸종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푸르른 초원과 흙먼지 가득 날리던 아프리카에는 반듯한 철도, 깨끗한 도로와 지하철이 생겨나고, 물밀듯 밀려들어온 자본들로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여 물가 또한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이 아프리카의 지금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지금’이어야 한다.
22살에 처음 만난 아프리카는 그 강렬한 생의 에너지로 12년째 나를 끊임없이 끌어당기고 매혹시키고 일깨워왔다. 여전히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순수한 땅이지만, 가끔 2006년의 ‘더’ 순수하고 ‘심히’ 뭉클했던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재개발로 빌딩숲이 된 어릴적 동네를 지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든 변화는 시간의 문제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키기에 가장 좋은 때는 늘 ‘바로 지금’이다.
* 본문의 모든 내용은 직접 경험하고 사진은 직접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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