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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이즈아프리카 Jul 10. 2023

집 짓는데 필요한 소양을 쌓아보자

타일기능사,굴삭기자격증,가구제작,플로리스트,산림기능사,실내목공,조경기능사

그 옛날 선사시대에도 움막을 짓고 살아갔다. 는 사실은 내게 무한한 용기를 주었다. (응?) 

 건축에 대해 개미 오줌만큼도 모르지만, 뭐 일단 집짓기에 필요한 소양부터 쌓고 보자 싶었다. 글자 몇 개만 두들기면 모든 정보가 나오는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나 , 내 몸 뉘일 집 하나 못 짓겠어?


'집을 지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시골에 정원을 가꾸고 살려면 뭘 알아야 할까.'

한참 고민해봤지만, 뭘 알아야 범위를 잡지. 그냥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기로 했다.


마침 운 좋게도, 코로나로 폐업의 위기에 처한 여행사와 항공사 근로자들을 특별 재난 카테고리 같은걸로 묶어 얼마의 자기 부담비를 내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여러가지 수업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운이 좋은 건가..?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 이런건 언제 시간 내서 배우겠어.


우리는 각자 영역을 나누어 쉴 틈 없이 시간표를 짰다. 

나 : 가구 만들기, 산림기능사, 조경기능사, 플로리스트

짝 : 타일기능사, 실내목공 인테리어, 굴삭기 자격증, 일식조리사(양양에서 낚시해서 회 쳐서 먹으려고)


지나고 보니, 플로리스트와 일식 조리사를 제외하곤 모두 집 짓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실질적 도움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정신없이 닥치는대로 이것 저것 하다보니, 뭘 맞닥뜨리든지 그냥 대충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 아, 그 까짓거 "

 


가구 만들기 수업 


수업 자체가 힘든 건 아니었지만, 일산에 위치하고 있어 오가는게 만만치 않았다. 수업도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굉장히 길었다. 이 수업에는 항공사 기장님이 두 분이나 계셨다. 

 가구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집중력과 섬세함, 그리고 내게 가장 부족한 덕목인 '고도의 정밀함'을 요했다.

나는 뭔가를 딱딱 정돈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종이접기, 줄맞춰 정리하기, 심지어 우산을 깔끔하게 접는 것도 어렵다. 누가 칼들고 시키면 울면서 하겠지만, 영 그쪽에는 흥미도 가치도 두지 않는 편이다. 

 가구는 그 어려운 뭔가를 딱딱 맞춰야만 흔들림없고 유려하게 완성되는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이런 심플한 의자 하나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에르메스 스타일로 만들어 보겠다고 댐빈 수납장. (응..?)

두 달간의 가구 제작 수업 후에 결론을 내렸다.


"가구는... 그냥 사자 ! "



산림기능사 자격증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땅을 샀기에, 기계톱을 다룰 줄 안다면 군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업에 신청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신청한 산림기능사 자격증 수업

 지옥의 나무베기가 시작된다

기계톱은 5키로 정도 되는데, 대충 가녀린 (대충 그렇다고 치자) 내가 들고 시동 걸어서 

나무까지 베어내기에는 정말 후덜덜한 힘과 체력이 필요했다. 


일단, 시동이 안걸린다. 미치는 줄 알았다.

수업의 연령대는 거의 50대 남자분들 이었는데, 그 분들도 한번에 잘 안걸렸다.

줄을 한번에 팡! 당겨서 부릉부릉 시동을 거는 건데, 

와.. 텍사스 살인마 정도 피지컬 되니까 그렇게 빨리 시동 걸어서 들고 뛰어갔던 거다. 

 가만히 들고 있기에도 팔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걸 들고 도망가는 사람 한참 쫒아가서 톱질을 한다?

전형적인 미국중심적 사고의 영화... 어우 못해 못해

 

무시무시하게 썰려 나간 통나무들..

이건 산에서 자른 나무를 아래로 끌고 내려오기 위한 매듭 같은 건데 이걸로 시험을 본다. 

하루에 5개씩 연습함

이런 내가 특별한 재능을 보인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기계톱 조립! 이것도 실기 시험 과목 중 하나인데, 기계톱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 까지 과정을 본다. 나는 선생님도 박수칠 만큼 빠른 조립 능력을 선보였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나는 북한에 가면 한자리 꿰차고 잘 살 것 같다. 내래 고조 속도전에 자신 있숩네다!




조경기능사


아니 왜 사진이 없지? 사진이 없어서, 하마터면 기억에서 지워질 뻔 했다. 

다행히 한권으로 끝내고 합격! 

지금의 정원 상태를 보니.. 조경 기능사... 음...

꽃이름도 모르시는 할머니가 더 잘 키우신다! 정원의 치열한 기록은 다음에 따로 정리해야겠다.



플로리스트 수업


심신이 아름다워지는 수업이었다. 기름 냄새 맡아가며 톱질을 하다가 가늘가늘 곱고 향기로운 꽃을 다듬으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딱히 정원에 도움 되는 건 아니었지만, 꽃을 어떻게 다듬고 잘라야 하는지 같은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꽃을 이고 가는 기린

우리 강아지!


+ 이 수업을 들으며 꽃 자르는 가위를 하나 샀는데, 매우 품질이 좋다. 여러 꽃 가위들을 사봤으나 지금까지는 치카마사 꽃가위가 최고다. 정말 잘 잘리고, 녹도 안슬고 최고임

(사진은 네이버 쇼핑 아무데서나 검색해서 가져왔다) 저 가격인지 뭔지 모름. 분명 더 저렴한데가 있겠지


 


타일기능사


실전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인 타일 기능사! 나름 국가공인 자격증이라 이걸로 밥 먹고 살 수도 있다

 (화장실 한 번 해보고 넌더리를 내심) 

 아무튼 자격증 클리어 ! 


로마 시대 욕탕 같은데 앉아서 수업



실내 목공 인테리어


하루종일 타카 치다보면 하루가 끝났다. 집은 제일타카로 짓는 거구나 배웠다.

실내 목공과 가구 수업은 정 반대이다. 실내 목공은 속도가 생명이어서 빠르게 대충 끼워넣고 남은 부분을 몰딩이나 다른 걸로 덮고 메꾸고 하는 걸 선호했고, 가구는 1mm의 오차도 내지 않으려 최대한 정교하게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다. 실내 목공은 장비의 소모가 심해서 계양이나 마끼다 같은 적당한 장비를 사서 자주 바꾸는 듯 했고, 가구는 페스툴 같은 고가의 장비로 정밀하게 작업했다. 


 


굴삭기 자격증 

 시골 살이의 필수품 ! 굴삭기! 귀촌한 분들께 지겹게 들어왔던 굴삭기의 필요성, 냉큼 자격증을 땄다. 




 


일식조리사 


양양에서 물고기 잡아 회를 쳐서 먹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한 일식 조리사. 그러나 몰랐던 게 있었으니..

 일식조리사 과정에서는 회를 치지 않는다... 따로 고가의 사시미 과정이 있었다. 이런 국비 지원 과정에서는 회를 쳐 볼 수 없다. 


만든 걸 싸와서 술안주로 집어먹는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자, 뭐 그닥 상관없지만 잡다한 기술을 얹었으니 집을 지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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