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멈췄어야 했나
농공용 굴삭기, 그 귀여운 하찮음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땅을 구매하고, 굴삭기 자격증이며 갖은 소양을 쌓아 의기양양하게 양양으로 온 우리를 맞아준 건, 가을 태풍을 맞아 길이 무너진 땅이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양양군 농기계센터에서 0.7톤짜리 농공용굴삭기 빌렸다. 물먹은 흙 한 삽 잘못 퍼면앞으로 고꾸라지려하는 그 귀여운 하찮음에 고전하다가 생각은 또 극단적으로 튀었다
"포크레인을 사자!"
지금 돌아보면, 양양 땅을 구매하고 일구는 과정에서 다시 도시로 아무일 없던 듯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던 듯 한데 포크레인의 구매도 그 중 하나였다.
오우야. 그래도 난생 처음 가져보는 5톤짜리 바퀴달린 기계의 압도적인 포스는 감동이었다.
기계와 자동차, 신문물, 로봇등을 좋아하는 내게는 포크레인을 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정확한 명칭은 굴삭기다. 포크레인은 주방세제를 퐁퐁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굴삭기의 어감보다 포크레인이 좋다.
서울의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건설중장비 담당하는 과였는데, 내가 주소가 서울로 되어있으니 포크레인도 서울로 등록이 되어있어 그렇다. 서울에 사는 사람 중, 포크레인을 영업용이 아닌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 선생님, 혹시 포크레인을 어떤 용도로 구매하신 걸까요..?"
사이 안좋은 이웃 담장이라도 부수려고 포크레인을 산 사람을 대하듯 아주 조심스럽게.
"그냥 제 땅에 개인적으로 쓰려고 샀어요 "
분명 간단히 맞는 말인데 , 어째 철없는 재벌포스가 나서 말해놓고 나니 민망했다. 뭐..서로 바쁜데 구구절절 할 필요가 있을까. 담당 공무원님의 어색한 웃음을 끝으로,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중장비를 소유하게 되었다!
야호 ...! 이제 시골살이 필수품인 포터 트럭과 포크레인을 갖추었다!.... 야...야호...!
....괜찮겠지...?
이틀 단기 속성과정으로...온갖 고철을 다 붙였다 망치로 떼었다 반복하며
"쇳물을 봐야한다!!"
라는 아빠스승님의 훈련목표에 따라 이틀동안 땡강땡깡 흄가스와 함께 했다.
참고로 아빠는 2년동안 시골에 땅을사서 셀프로 건축을 해본 경험이 있으시다.
"건축 그까이꺼 별거 아니야 ! 그냥 용접해서 판넬 붙이면 돼!"
라는 말에 용기를 얻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빠,. 왜 부동산에 집 내놨어요...?......
눈물을 닦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그 현란하고 찬란한 햇빛이 날 구워대던 2020. 11월로,.지금 누가 내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이라고 묻는다면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걍 집에서 주식이나 하겠읍니다"
그러나 20년 11월의 나는 좀 더 호기로웠다
날씨는 좋았고,
아프리카 여행이 멈췄기 때문에 여행사 일이 중단되면서 체력은 넘쳤다
파고 또 파고 .. 인간두더지 마링
참 감동이었지.5톤짜리 1포크레인이 1000삽을 해내는구나
아침에 눈뜨면 마링은 신나게 두더지처럼 땅을 팠다.
이왕 이렇게 된거 농막과 온실을 동시에 짓기로 한다
어차피 각관에 판넬 붙일거 재료도 같이 사고 용접 하는김에 쭈루룩 해버리쥐뭐 하하하하
뽀리는 논 보면서 주인놈들 또 뭔일을 벌이는지 걱정중이니...?
아무튼 각관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용접을 시작합니다
앞으로의 일은 생각지도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