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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Apr 02. 2021

여행자의 눈으로 제주도에서 살기

제주도, 살아보니 다르더라

 제주도에 대한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적이 있다. 제주도에 살면 이렇게 할 거야, 또는 제주도는 이럴 거야 하는 개개인의 환상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다.   제주도는. 하지만  환상은  그대로 환상일  실제는 조금 다르다.

 제주에 온 지 벌써 8개월 차가 되었다. 사실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기에 특별한 환상은 없었다. 막상 제주도에 살게 되었을 때 제주는 어떤 곳일까? 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로 그림을 그려 보았다.

 나는 제주도에 오면 미세먼지 걱정은 없을  알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는 공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다. 마냥 제주도는 공기 좋고  좋은 시골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봄에 불어  미세먼지와 황사를 생각하면 벌써 눈이 따끔거린다.  며칠 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없었고, 특히나 황사는 한라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노란 세상이었다. 예전에 상하이에서 비행기 경유를  적이 있는데 그때 잠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도시의 색깔과도 비슷했다. 제주도가 이렇다니. 약간의 충격이 밀려왔다. 비교할 도시가 부산 뿐이지만, 부산도  정도로 심한 적은 없었는데 싶었다. 우리 동네가 전국에서 가장 심한 미세먼지 수치를 기록할 줄이야.

  하나 제주에 대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운전이다. 제주도는 운전하기 쉽잖아?라고 생각하고 초보운전들이 처음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부산에서는 못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제주도에서는 할 만 할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그런 초보운전자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끼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고령 운전자들이 많다. 70-80 노인들운전을 많이 하는데 주위를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만 보고 달린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버스 기사님들이 아주 터프하다는 . 보통 부산 버스 기사님들 운전을 험하다고 하는데 제주도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 아기를 데리고 타도 자리에 앉기 전에 출발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내릴  정안이 발이 문에 끼여 신발이 벗겨진 일도 있었다. 할머니들께 소리를 지르는 일도 많이   있다. 나는 버스를 자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 이런 일들이 자주 눈에 보인다. 길을 헤매는 초보 운전자들, 좁은 도로, 앞만 보는 노인 운전자들과 험하게 운전하는 버스까지. 제법 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제주도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도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시 제주도에서 처음 운전한 사람으로서 제주도 운전길을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는 말을  주고 싶다. 공항 근처, 신제주 중심지에는 러시아워도 있으니 느긋하게 운전하고 싶은 사람은 저기 멀리 서귀포 시골 마을로 가야 할 것이다. 거기엔 노령 운전자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이유들로 나는 평생을 여행자로 살고 싶다. 여행자는 도시의 아름다운 면만을 보고 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또 다른 면에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름의 고충이 숨어있다.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도시의 좋은 것만, 행복한 것만 쏙쏙 담아 여행자처럼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 곳 제주도에서 얼마나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긴, 아주 긴 여행이 될 것이다. 환상을 뒤따라 가다 실망하는 사람이 아닌 이 곳 또한 여느 곳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며 웃어넘기는 그런 사람으로 산다면 환상이 깨지더라도 실망하거나 상처 받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돈을 벌고, 집을 얻어 사는 사람이지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여행자는 관대하다. 도시가 나에게 주는 불친절함도, 차가움도 여행에서는 다 괜찮다. 그게 여행이 주는 힘이다. 모든 것이 추억이 되고, 미화되는 것이 여행이다. 때로 날씨가 나쁠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래도 다 괜찮다. 나는 앞으로도 제주도에서 여행자로 살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 어디라도 행복할 것이다. 나에게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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