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 샤워가 기본인 요즘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 먹고 양치하듯, 밥 먹고 샤워를 했다. 샤워 도중 오는 멍 타임에 어제 친구와 했던 농구 연습 장면이 떠올랐다. 배운 대로 레이업 슛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던 나에게 차라리 모든 법칙을 없애고 마지막에 점프를 한다는 느낌으로 발을 떼보라고 친구가 권했다.
왼발, 오른발, 왼발에 점프를 해야 하는데, 왼발! 을 외치고 바로 오른발을 올려버리니 점프도, 골도 되지 않았다. 몸치라 춤을 포기했던 내가 농구까지 포기할 수 없다. ‘연습해야지!’라고 다짐 후 나도 모르게 발을 떼고 높이 올랐다. 에라이, 점프!
이렇게 벌러덩 넘어진 게 얼마만인지. 엉덩이와 등, 머리가 차례로 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특히 엉덩이는 바닥이 너무 그리웠던 모양이다. 야구공만 한 멍자국을 기념으로 챙기고서야 바닥과 이별했다. 해안가에 떠밀려온 미역 다발처럼 축축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부들 거리는 손으로 겨우 넘긴 후 화장실에서 탈출했다. ‘이건 아닌데’라고 몇 번을 중얼거렸다.
뭐든 좋아하는 것은 마스터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본업에서 챙겨도 충분한데 말이다. 최선을 다 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과도한 욕심은 엉덩방아를 부른다. 농구에 대한 열정을 좀 식혀야겠다고 다짐한다.
첫 농구 수업 때, 설레는 마음에 데이트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학원에 30분 일찍 도착했었다. 하는 수 없이 주변을 배회하다 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멀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아빠의 첫 직장이 주변에 있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아빠 나 수원이다? SDS!”
“오! 거긴 왜?!”
“농구 배우러!”
“농~구?!”
“응. 보는 걸로 만족이 안돼서 배우러 왔어.”
“왜 거기까지 갔어?”
“운영하는 곳 중엔 가장 가까웠어. 여긴 4단계잖아.”
“농구는 팔 부러지고 코 부러진다. 배드민턴이나 하지!”
“아빠! 경기 뛰는 것도 아니고 부러지긴 뭐가 부러져.”
“해보면 알 거야. 얼마나 무서운데!”
“으이고 알겠어. 걱정은.”
농구공으로 코를 맞고 나서야 알았다. 아, 공이 스쳐서 살았구나. 군대에서 농구하다 코에 실금이 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헤드기어를 끼고 수업하라는 또 다른 친구의 말도. 평생을 안정적인 삶을 살았더니 늦바람이 든 건가. 어쩔 수 없다. 농구공도 샀으니 빼박이다. 개의치 않고 계속하기로 한다. 그래서 말인데 같이 할 사람?
아니, 진짜로.
같이 할 왕초보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