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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지 Aug 03. 2021

대체 농구가 뭐라고

1일 3 샤워가 기본인 요즘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 먹고 양치하듯, 밥 먹고 샤워를 했다. 샤워 도중 오는 멍 타임에 어제 친구와 했던 농구 연습 장면이 떠올랐다. 배운 대로 레이업 슛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던 나에게 차라리 모든 법칙을 없애고 마지막에 점프를 한다는 느낌으로 발을 떼보라고 친구가 권했다.  


왼발, 오른발, 왼발에 점프를 해야 하는데, 왼발!  외치고 바로 오른발을 올려버리니 점프도, 골도 되지 않았다. 몸치라 춤을 포기했던 내가 농구까지 포기할  없다. ‘연습해야지!’라고 다짐  나도 모르게 발을 떼고 높이 올랐다. 에라이, 점프!


이렇게 벌러덩 넘어진 게 얼마만인지. 엉덩이와 등, 머리가 차례로 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특히 엉덩이는 바닥이 너무 그리웠던 모양이다. 야구공만 한 멍자국을 기념으로 챙기고서야 바닥과 이별했다. 해안가에 떠밀려온 미역 다발처럼 축축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부들 거리는 손으로 겨우 넘긴 후 화장실에서 탈출했다. ‘이건 아닌데’라고 몇 번을 중얼거렸다.


뭐든 좋아하는 것은 마스터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본업에서 챙겨도 충분한데 말이다. 최선을 다 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과도한 욕심은 엉덩방아를 부른다. 농구에 대한 열정을 좀 식혀야겠다고 다짐한다.




 농구 수업 때, 설레는 마음에 데이트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학원에 30 일찍 도착했었다. 하는  없이 주변을 배회하다 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멀지 않다는  알게 됐다. 아빠의  직장이 주변에 있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아빠 나 수원이다? SDS!”

“오! 거긴 왜?!”

“농구 배우러!”

“농~구?!”

“응. 보는 걸로 만족이 안돼서 배우러 왔어.”

“왜 거기까지 갔어?”

“운영하는 곳 중엔 가장 가까웠어. 여긴 4단계잖아.”

“농구는 팔 부러지고 코 부러진다. 배드민턴이나 하지!”

“아빠! 경기 뛰는 것도 아니고 부러지긴 뭐가 부러져.”

“해보면 알 거야. 얼마나 무서운데!”

“으이고 알겠어. 걱정은.”


농구공으로 코를 맞고 나서야 알았다. , 공이 스쳐서 살았구나. 군대에서 농구하다 코에 실금이 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헤드기어를 끼고 수업하라는  다른 친구의 말도. 평생을 안정적인 삶을 살았더니 늦바람이  건가. 어쩔 수 없다. 농구공도 샀으니 빼박이다. 개의치 않고 계속하기로 한다. 그래서 말인데 같이  사람?


아니, 진짜로.

같이 할 왕초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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