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지 Oct 29. 2023

나는 또 출렁이고 있구나

-1-

 인스타그램이 내 시간을 갉아먹는 것 같아 잠시 앱을 삭제했더니 꽤 오랜 시간 쌈밥 계정을 잊고 있었다. 잊힌 계정과 함께 글을 쓰지 않았더니 생각이 쌓이기만 하고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결국 다시 돌아와 사진을 고르며 그간의 쌓인 일과 생각들을 솎아냈다. 그중 개인적으로 하반기에 큰 사건이 됐었던 날을 골랐다.


 파주 출렁다리에 놀러 갔던 날인데 이날 명자는 내 사진을 참 못나게도 찍어줬었다.  어쩜 이렇게 못생겼는지 사진 속 나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이렇게 생긴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평소였으면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닌데 최근 기대하던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후 나는 여러 방면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중이었다. 못생겨서 떨어졌단 생각은 하기 싫어서였는지 나는 급한 성미로 명자가 변한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부끄럽게도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이때는 하지 못했다. 한 유튜브 기독교 채널인 <잘잘법>을 통해 인간의 죄성 중에 ‘성급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나 또한 내 마음의 결론과 감정을 성급하게 결정했고, 더 최악으로 성급하게 표출한 일이었다. 명자에게 미안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날을 기점으로 내가 지금 굉장히 이기적이고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중2병 같다는 걸 알게 됐다. 그로 인해 나조차도 나를 인정하고, 두둔하고, 사랑할 수가 없는 상태. 나는 지금 또 출렁이는 시간을 가지고 있구나. 이 상태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싶었지만 난 프리랜서라 시간이 많았고, 말했듯이 글을 쓰며 그간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니 이제부터 내가 직면한 나와 친해지기 위해 보내고 있는 이 가을을 하나하나 풀어보려 한다. 


 얼굴 사진에 그림을 그리는 게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가려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별로다. 




https://www.instagram.com/ssambaab_/

작가의 이전글 안 편한 가족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