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하드코어 하이킹을 곁들인..?
상담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금은 마냥 아끼고 모으기보다는 조금은 써야 할 때예요."
작년 하반기에 남편과 나는 각자의 힘든 일들로 같은 상담사에게 따로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둘 다 같은 조언을 듣고 왔다. (물론 우리가 부부인 걸 아신다.)
한동안 남편 외벌이로 미국 생활을 하느라 저축은 못 할 지언정 적자는 내지 말자며 큰 돈 쓸 일을 전혀 안 만들고 있던 터였다. 큰 돈 쓸 일이 무언고 하면 그게 바로 여행.
그래서 가끔 근처 도시로 친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하는 정도가 다였고 제대로 휴가를 못 가고 있었다.
원래 크리스마스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가족과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되어서 무척 아쉬우면서도 내심 돈은 굳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올해 휴가도 없겠구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나의 그런 저런 답답한 마음을 상담 선생님이 콕 집어낸 거였다. 떠나세요!!!
마침 남편도 같은 얘길 들었으니, 그래 좋다, 우리 어차피 비행기 표 취소하고 받은 항공사 크레딧도 써야 하니, 그 날짜에 우리 둘이 어디로든 떠나자!
남편에게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다.
'세도나'
... 그기 어디고?
생전 처음 들었다. 얼른 검색해보니 애리조나에 있는 지역인데, 볼텍스 에너지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단다... 이게 뭐람?? 볼텍스 에너지는 또 뭐여.. 기氣???
... 자기, 많이 힘들구나...
우리 남편, 과학자인데.. 기 받으러 가고 싶구나. 그렇구나.. 하면서 깔깔깔 웃었다.
남편도 같이 웃으면서,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어쩌다 알게 되었는데 마침 거길 다녀온 친구한테서 꼭 가보라고 추천도 받았다고 했다.
오케이 콜! 하고 구글맵을 켜서 세도나 주변을 살펴보니 어디를 함께 가면 좋을지가 금세 정해졌다.
세도나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그랜드캐년! 그리고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내셔널 파크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까지 세 군데 가면 딱이겠다. 자동차 여행 한다고 생각하고 좀 더 달리면 근방의 기가 막힌 국립공원 몇 군데 더 갈 수도 있을텐데.. 하며 고민했지만 이 여행의 메인 이벤트를 생각하면 도저히 무리였다.
시작은 남편이 던진 한 마디, '세도나'였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사실 그랜드캐년이다. 그것도 무려 그랜드캐년 하이킹!
그랜드캐년을 등산해 본, 아니 하산? 하곡谷?!? 을 해 본 사람이 있는가!
그게 바로 접니다 저예요!!!
버지니아로 이사 온 후 등산에 취미를 붙여 열심히 산에 다니던 우리 부부는 언젠가 그저 막연하게, "나중에 그랜드캐년 같은 데 하이킹 해보면 좋겠다!" 라는 얘길 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은 몰랐지..
여하간 그랜드캐년에서 당일치기 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분주해졌다.
아무리 서부여도 겨울은 겨울. 게다가 그랜드캐년은 고도가 높아 꽤 추운 동네다.
겨울 산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테지만 여름 산행보다 훨씬 준비할 게 많다. 그 말인즉.. 돈 쓰러 가자~~
동계 등산복을 레이어별로 장만하고 혹시라도 눈이 내릴 것을 대비해 아이젠도 샀다.
운동과 등산으로 체력을 단련하면서 하루하루 일상을 해치우다 보니 어느새 여행일이 다가왔다.
그리고 남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