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이 생각이 나다
K 선생님과 '이효석문학관' 에 가기로 했다.
봉평에 가기로 하고 매일 하얀 메밀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설 속에서 보면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하얀 메밀꽃을 상상했는데 떠오르는 것은 달랐다.
중학교 다닐 때, 그때는 고등학교도 시험 보던 시절이었다. 같은 반 친구랑 같이 독서실을 갔다.
거기에서 첫사랑 비슷한 감정의 한 남학생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때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난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순간 한 열 명쯤 우르르 몰려나온 우리들은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길을 한 줄로 서서 손을 잡고 걸었던 날이 생각이 난 것이다. 마포서 앞에서 여의도까지 우리는 평생
남을 추억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나의 손을 잡은 그 애와의 애틋했던 감정 하나가 고스란히 살아서 아직
가지도 않은 봉평 메밀밭이 선하게 떠올랐다.
봉평에 도착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효석 생가'는 초라하고 메밀꽃도 거의 져서 까맣게 씨를
품고 있었다. 잘 몰랐던 메밀꽃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얻은 것이 별로 없었다.
'이효석 생가'는 선생님 13세 되던 해에 그의 아버지에 의해 팔려서 지금은 '홍'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사서
겉모양만 남기고 속에서는 다른 사람이 살림을 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솔직히 잘못 찾아간 것이다.
기념관을 찾다가, 메밀국수 한 그릇 먹고 나니 기념관 가는 것을 잊어먹고 고속도로에 올라서야 비로소 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생가를 보고 실망한 마음이 너무 큰 탓도 있고, 메밀꽃이 다 진 것이 속상해서 구경의 흥미를 잃어버렸던 탓도 있다.
"내년에 꽃 필 때, 때를 잘 맞추어 다시 오죠."
오후의 하늘은 구름을 걷어가고 화창한 가을 하늘로 변해 있었다.
여행이란 떠나는 생각으로도 즐거운 것이다.
봉평 메밀꽃으로 인해 옛날 추억 하나가 나를 찾아와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으니 마음은 좋았다. 며칠
행복하게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