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30.
온전하게 잘 자란 무우를 뚝 잘라낸 후 밭에서부터 버려진 것이 무청이다.
그런 무청을 담벼락의 한 귀퉁이에 매달아 놓고 얼다 녹다를 반복하다 마르면 시래기가 된다.
이 시래기를 다시 푹푹 오래도록 삶아서 찬물에 우려내어 무청에 있는 힘줄을 없애야 부들부들해진다고, 그래야 맛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래기는영양가가 풍부하고, 된장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요즈음은 웰빙(well-being) 식품이 되어서 된장국, 나물무침, 조림, 죽등 다양한 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퇴임 인생도 시래기 같아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밀려난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이라도 이리저리 부대끼며 자기가 고생해 놓은 것들이 딱 잘려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그동안 지켜온 자리를 내려 놓아야 하기도 한다.
그랬다고 퇴임 인생이 쓸모없는 인생이 아니다. 노인이라고 해서 놀고, 먹고, 경제적으로 축만 내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의 기회를 갖을 수도 있고,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해 본다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는 일이라던가 등. 얼마든지 값진 일을 찾을 수있다.
농익은, 지혜로운, 쓸모있는 삶을 살수가 있는 것이다.
다 없애려는데 시래기 속에 남아있는 울궈낸 힘줄이 세상에 닿아 있는 끈처럼 밀려난 사람들의 의지로, 나름대로 버티어내기 위해 휘어질 줄 아는 용기로,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나 자신도 하던 일이 도태되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준비도 없이 어! 어! 하다 끝이났다.
한동안 마음 고생 진하게 하더니, 우울증도 앓고, 그 때문에 음식을 탐하기도 하는 시간을 거쳐야 했다. 버려야 하는 거, 내려 놓아야 하는거, 모르지 않지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문학에 눈을 돌린 것은 어쩌다 쓰는 일기장에 쓰여진 글이 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해서 서툰 글로 여기저기 남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언젠가 일기를 정리해서 ‘자서전’ 이라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것이 자연히 문학의 길로 이끌려졌다. 이렇게 문학을 접한 나는 시래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끈을 남겨 둔 것 같은 삶의 의지가 나에게도 살고 있음이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