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100일이 되어

by 청해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번 주말이면 100일이 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글의 접근은 자서전이었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름 굴곡진 삶을 정리해

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서전이란 말이 거창한 듯해서 거두어들였습니다.

흩어진 글들이 적힌 일기장을 모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이 지나온 날을

정리하는 것이 되고 그것이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찾아온 글쓰기에서, 우연히 브런치라는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서툰 내게 브런치는 놀라웠습니다. 뉴스, 소설, 시, 수필, 디카시, 요리, 영화평, 책 리뷰,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신 분 등 다양한 분들의 주옥같은 글들이 날마다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알아가는 브런치 안의 세상에서 읽을거리를 찾고 고르는 일에 눈을 뜨게 되었죠.

어느 분은 대학의 교양 강좌에서 들을 만한 글을 올려 열심히 보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시가

보이면 몇 번씩 읽곤 합니다. 사진을 찍어 짤막한 글(디카시)을 올려 주면 좋고요. 생활글도 좋아합니다.

요리를 올려 주면 눈으로 먹기도 합니다. 단편 소설도 재미있고요.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올렸는데, 20명쯤 좋아요! 를 눌러 주셨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감사했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생겼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오늘은 산책길에 제게 댓글을 달아주었던 한 작가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브런치에서 가장 먼저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따뜻하고, 선하고, 성실했던 분이었고, 글에 진실성이 있어서 내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브런치를 떠났습니다. 항상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해 주던 분이었는데, 휴대폰으로 그분이 남겨

놓은 댓글을 찾아보니 그녀의 이름 대신 '탈퇴한 사용자'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동안 그 작가님의 생각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립기까지 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데도요.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글이라는 매개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삶의 일부로

들어와 있습니다. 기쁩니다. 100일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지요.

아직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아서 짧은 글 하나 쓰려해도 힘이 듭니다. 댓글 하나 달려해도 어려워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책을 읽고, 시를 필사하고,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풍부한 삶에 일조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다 고맙습니다.


브런치 시작한 지 100일쯤 되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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