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돌아왔다
황당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경상북도에 있는 한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내 지갑이 거기에 있는데, 주민등록증 면허증 카드까지 다 있다고 했다.
요즘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 성한 까닭에 이상한 전화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의심반 호기심 반으로 보내라고 했다. 오래된 것이고 해서 망설였다가 그냥 버리라고 하기엔 꺼림칙해서 보내라 했더니
정말로 택배로 왔다.
몇 해 전에 충청도 음성에 갔다가, 마침 장날이라고 해서 시장에 들렀다. 내 치마가 폭이 넓은 거라서 거기에 휩쓸렸는지(?) 물건을 사려는 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에 그 지갑인 것 같다.
지갑은 속에 든 돈만 빼고 버려져 몇 해를 흙 속에 묻혔다가 내게 돌아왔다. 누군가 다른 지방의 장사하는
분이 주웠나 보다. 경상도까지 가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것이 기이해 아직까지 오래된 주민등록증과 면허증은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두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새벽기도를 가려고 나왔는데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막고 있어서, 택시를 탈까 하고 큰길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 눈이 서로 마주쳤는데, 섬뜩함이 스쳤다. 슬쩍
쳐다보더니 가버리길래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을 무심히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 오토바이를 탄 두 사람이 언제 뒤따라 왔는지 내 가방을 낚아챘다. 나는 안 빼앗기려고
잡아당기다가 넘어질 것 같아 그냥 놔 버렸다. 약 70-80m 앞에 큰 병원이 보이고, 환하고,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나는 악! 하고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가방을 빼앗겼다.
어두웠고 무서워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허망히 서 있었다.
'아! 다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한참 후에야 들었다.
새벽기도는 생각도 안 나고, 집으로 돌아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도 며칠이 걸린 것 같다.
지갑 속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예비로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깊이 숨겨 두었고, 2-3만 원쯤 있었다.
그다음 날 한 정거장쯤 지난 곳에 건물 경비 아저씨가 면허증이 든 지갑이 있다고 내게 전화를 해 주어 찾아왔다.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혼자 길을 걸어갈 때 오토바이 탄 사람과 마주하면 일단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새벽기도는 갈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일이 새벽기도를 다니지 않게 된 계기 일지 싶다.
전자는 내가 주위가 산만해 부주의해서 생겨났다면, 후자는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셈이다. 눈 뜨고 뻔히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 못 하고 당했다.
주위에서 나를 보고 조심성도 있을 것 같고, 조용하고, 얌전하고, 매사에 꼼꼼할 것 같다 하는데, 실지는
느굿한 성격보다는 급한 성격이 항상 먼저 나와 가만가만 일을 저지른다. 같은 실수, 사소한 실수가 잦다.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은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이다. 후자와 같은 일도 다름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는 못하겠다. 스스로 위험한 순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 주변이나 환경에 신경을 써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