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여름
기어코 되어야만 했던, 나의 두 번째 여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이곳은 따가운 뜨거움 만큼이나 빛나는 길 위
그런 길을 나는 단조로운 옷을 입은 치열함으로 걷고 있다.
고개를 들면 저 하늘에 구름은 인형에서 삐져나오다만 솜처럼 여기저기 헤쳐져 있고
나뭇잎들이 모여서 푸르러진 나무는 저 높은 구름을 가뿐히 가린다.
자세히 보면 구멍이 슝슝 뚫려있는 나뭇잎들
벌레먹은 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은 왠지 나뭇잎이 발광하는 듯
지글지글 불타오르는 길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들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그 옆을 명량한 여자아이 둘이 시합하듯이 달린다.
내 눈 아래 울퉁불퉁 엄지발톱만 빼고 칠해진 남색 매니큐어와
그런 발가락이 보이는 낡은 횟빛을 머금은 하얀 슬리퍼
그리고 터벅터벅 걷는 이건 아빠가 지적했던 나의 엉성한 발걸음
어른이면서 동시에 아이일 수 있을까?
내 마음은 어쩐지 다섯계절 내내 계속해서 헛헛하고
이 따갑고 빛나는 길은 뭐 하나 완벽한 건 없는데
왠지 이 불완전한 것들의 모임이 충분하다.
완벽한 건 오히려 단단한 결핍이었음을,
이런 뭐 별거 없는 충분함을 찾아내는 발견가로
다른 곳에 자꾸 마음을 놓쳐버리지 않고
그저 단순하게
그런 방향으로
후퇴할지언정 오늘도 조금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