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어간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
오늘은 뭘 읽어볼까.
요즘은 스마트 도서관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로 책을 빌리는)에서 주로 대여하고 있는데 확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다.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하고 잠들기 전 차분히 읽어본다.
지은이는 일본에서 노년행동학 및 임상사생학을 연구하는 교수님이라고 하는데 청년시절부터 노년에 대해 연구해 오며 이제는 노년이 된 찐 노년 연구자였다 :)
"좋은 어른이 되자"
마음에 품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좋은 어른이 되려면 스스로 바로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60이 되어도 70이 되어도 그건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도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역시 선배국가는 일본이니 더 일찍 '늙음'을 만난 나라의 연구자가 해준 실질적 조언은 충분히 들을만했다.
책은 60대 이후의 생애사건과 그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조언해 준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몸도 마음도 외롭지 않을 것"을 권한다.
60대
정년퇴직
계속고용, 재취업
지역 활동 참여
부모의 죽음
배우자 또는 자신의 중병
노화의 진행
70대
일에서의 은퇴
심신의 질적 변화
지역 활동에서의 은퇴
손주에 대한 지원
80대
나나 배우자가 몸져눕고 치매에 걸린다
시설에 입소하거나 자녀와 동거한다
친구와 지인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
90대
걷지 못한다
재정관리를 남에게 맡긴다
매일 자다 깨다 한다연 하게 나이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
책을 읽으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며칠 전 지팡이를 꺼내어 짚어보시던 아빠를 보며 '아 우리 아빠도 많이 늙었네' 생각은 했지만 책에서 접한 아빠의 나이대는 생각보다 깊은 케어가 필요한 나이다. 가끔 왜 저렇게 생각하실까 했던 일들에 책을 읽으며 실마리가 풀린 부분도 있다.
마음속에 내세를 품는다
인상 깊었던 90대의 모먼트 -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때 마음속에 '내세'를 품으면 편안해진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꼭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마음속으로 대화하며 유대를 지속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도 언젠가는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나의 죽음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모두에게 마지막이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조급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나이 듦에 따른 생애사건에 연습문제를 풀어둘 수 있도록 하는 참고서 같은 책이다.
'노년학교'에서 뜨개를 활용한 워크숍을 하게 되었다. 노년학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지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년사업가의 프로젝트였는데 취지에 맞게 뜨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서 고민이 많았다. 말벗이 되어 줄 요가베어와 가벼운 뜨개를 결합해보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80대 아버지와 함께 테스트해보기ㅎㅎ
1. 인생 그래프를 그려봅시다
아빠의 인생 그래프.
'전쟁' '늦은 나이 입대' '그리고 외환위기'가 아빠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 그리고 결론은 '지금이 제일 좋다'
나이 들면 별거 없고 매일매일이 무탈하면 그게 최고다라고 하는 80대 선배님의 말씀!
2. 인생 그래프를 떠봅시다
플러스 구간과 마이너스 구간의 색상을 다르게 지정하고 아이코드 기법으로 그래프 뜨기. 플러스-마이너스 변화 구간에서는 색을 바꿔줘야 한다.
떠보며 그래프와 비교하며 계속 뜨개로 인생 그래프를 만들어 나가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 그래프 뜨기 완성!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뜨는 동안 참가자들은 진지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 인생을 돌아보고 이걸 뜨다니 뿌듯함은 덤. 완성한 그래프는 요가베어의 목도리가 된다. 품에 안아도 보고 자세도 잡아보고 포근한 말벗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