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음의 수용소에서_읽고쓰고뜨고

결국은 사랑

by 땡스thnx
서로서로 책을 추천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작년 여름, 선배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천하며 책을 선물해 주었다.

텍스트힙인지 뭔지... 책 읽기가 멋이 되었다는 세상에 '내가 이 책 읽어보니 참 좋더라' 하며 책을 추천해 주고 선물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제목은 참~많이 들었는데. 내용도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는데. 실상은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 참 많지 않은가;; 이 책도 마찬가지. 선배의 책 선물로 이제야 읽어보았다.

KakaoTalk_20250218_102453357.jpg

책날개의 소개를 빌리자면 "유대인이었던 빅터 프랭클 박사는 나치의 수용소에서 겪은 죽음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간 존엄성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하였다" 이 간략한 한 줄은 내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바로 그 내용인데 자 이제 진짜 읽어볼까?

상상도 할 수 없다. 수용소라니.

줄을 서서 걸어간다. 갈림길이 있고 좌, 우 둘 중 하나로 선택되어 갈라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그들의 손가락 끝에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진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됐다. 누군가가 내게 귓속말로 오른쪽은 작업실행이고, 왼쪽은 병자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특별 수용소행이라고 알려주었다....(중략) 친위대원은 나를 살펴보면서 약간 망설이는 듯했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민첩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그는 내가 오른쪽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내 어깨를 돌렸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으로 가게 됐다. 그날 저녁에야 우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가진 깊은 뜻을 알게 됐다...(중략)
왼쪽으로 간 사람들은 역에서 곧바로 화장터로 직행했다.

순간순간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내면을 혹독하게 탐구하게 된다. 마냥 좌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수용소, 그 속에서도 인간은 유머를 찾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인간이란 뭘까?

절박했던 평범한 수감자로서 빅터 프랭클이 기록한 세세한 체험이 극한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를 어렴풋하게 알 수 있다. 어렴풋이다 정말 어렴풋이.


극한의 수용소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는데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여기에 부연설명을 더해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한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고, 사랑으로써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다고.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는 시련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 상황을 더 이상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지독한 삶의 시련의 끝에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비틀거리며 걷는 동안 수용자들이 떠올린 것은 '사랑'.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그때를 돌아보며 자기가 그 모든 시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침내 해방의 날이 찾아와 모든 일들이 아름다운 꿈처럼 여겨진 것과 같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모든 시련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악몽으로 생각될 날이 올 것이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 세상에서 신 이외에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사랑. 오늘은 사랑을 떠봐야겠어.

죽음의 경계에서도 사랑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꽉 찬 행복을 느낀 저자를 보며 사랑을 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몽글몽글 아른아른한 사랑, 손에 잡히는 사랑을!

KakaoTalk_20250218_103050105.jpg

지금이 너무 괴롭다고 느껴질 때 몽글몽글 사랑을 쥐어보며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손에 잡히는 사랑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왼쪽과 오른쪽 두 쌍의 반구를 떠서 이어주고 코를 줄여나가면 된다. 포근한 실을 채워 쥐락펴락 사랑을 만들어 보면 더 좋겠지?


몽글몽글 사랑에 좋아하는 향을 뿌려본다. 촉감과 향으로 만지작해보는 나의 사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_읽고쓰고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