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1
휴대폰 너머 전화벨이 계속해서 울리며 상대편으로 가고 있었다. 잠시 후,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걸음을 재촉해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같은 번호로 한 번 더 전화를 한다. 벌써 여러 번째 반복된 행동이었다. 신호가 계속해서 가고 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췄고 발걸음이 아파트 어느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까지도 상대편에서는 전화를 받질 않는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른다. 반응이 없었다. 몇 번을 반복해 누르고서야 조심스럽게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구세요?”
경계하듯 경직된 목소리가 철문을 뚫고 작게 흘러나왔다. 순간 나는 아무 일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입니다.”
“누구요?”
“동생입니다. 형! 문 좀 열어 보세요?”
“누구? 내 동생 목소리는 그렇지 않아!”
“동생 맞아요. 문 열어 보세요?”
그제야 현관문 안전고리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걸쇠가 풀리는 소리, 찰칵하는 도어록 풀리는 소리, 이어 ‘띠디딕’하는 자동번호키 풀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비로소 낡은 현관문이 열렸다.
“잘 지내셨습니까?”
“아~예 뭐 자꾸 이상한 소리들을 해서 잘 못 지냈지요!”
“누가 뭐라고 하던가요?”
“그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요! 조상택이 김문식이!”
“아~또 뭐라고 하던가요?.”
“자꾸 욕을 하잖아요?”
“욕을요? 무슨 욕을 하던가요?”
“뭐 이 새끼! 저 새끼! 개새끼! 막 그래요!”
“그 사람들은 왜 그런답니까?”
“모르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형은 날카롭게 신경을 세우고 불만 가득한 짜증을 부렸다.
나는 형을 바라보며 최대한 편안하고 부드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 전화를 하면 받으셔야죠!. 안 받으시면 걱정되잖아요.”
형은 날카롭게 대답했다.
“ 사람들이 자꾸 뭐라 하니까 뽑아놓았죠!”
“상관하지 말고 전화선은 그냥 꽂아 두세요. 전화 안 받으면 궁금하잖아요.”
형은 못 마땅한 듯 마지못해 내키지 않는 대답을 한다!.
“알았어요!”
나는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명상을 지도했었다. 형은 내가 명상을 지도하던 회원 중 한 사람이었고 3살 많은 친형이기도 했다. 형과의 대화는 언젠가부터 존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깨달은 형과의 마찰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명상을 지도하면서 지도하는 사람과 지도받는 사람과의 예(禮)를 일상생활에 적용한 것이다. 존칭 덕분에 형과 사소한 여러 가지 감정대립과 마찰들을 줄일 수 있었고 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잠은 잘 주무세요?”라는 질문에 형이 짜증을 풀어냈다.
“아~씨! 오늘 새벽에도 사람을 자꾸 깨우잖아요!. 잠 좀 푹 자고 싶은데 사람이 잠을 못 자게 계속 깨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형은 신이 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경찰서에 전화했지요!”
“경찰요? 경찰엔 뭐라고 하셨어요?”
“조상택이 하고 김문식이란 사람이 잠을 못 자게 욕을 한다고 했지요!”
“경찰에선 뭐라 하던가요?”나는 궁금하여 물었다.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증거가 어디 있어요!. 자기들이 조사를 해야지!. 수사를 한다고만 하고 연락이 없어요!”
“그러니까요!” 나는 말을 받아 이어나갔다.
“그놈들을 잡아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나의 질문에 형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걸 모르죠! 그걸 알면 내가 잡았지!”
ps
조상택 김문식 씨는 형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인물로 실존인물들이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