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

by 세공업자

이때쯤 나는 서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서점은 일반인들과 학생들로 한창 북적이고 있었다. 여러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최대한 신속하게 책을 찾아 주거나 책의 재고 여부와 서가위치 정보를 알려주었다. 원하는 도서를 찾지 못하는 분들과 책을 찾으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휴대폰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인은 형이었다. 나는 빠르게 전화를 받아 들고는 "지금은 많이 바쁘니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요! 전화 꼭 받아요."라고 말했다. 형은 "이따 언제!"라고 한다. "한 시간 후예요" 나는 바쁜 일들이 정리될 시간을 가늠해서 대답했다. 형은 "에~"라고 하는 동시에 전화를 뚝 끊었다.


한 시간 후 분주했던 시간이 지나고 형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가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렸지만 형은 전화를 받질 않는다. 잠시 후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 형은 느닷없이 전화를 한다. 그리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할 때도 있었지만 이틀, 사흘, 전화를 하지 않거나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때가 있다. 이번 주는 형의 생일이 들어 있는 주간이기도 했으며 사흘째 통화가 안 되어 더욱 마음이 쓰였었다.


형은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병원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가끔 상태가 안 좋아지는 때도 있었다. 요즘은 형이 많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보호자이자 가족이며 동생인 내가 많이 바빴고, 형을 진료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많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또 노후된 세대의 리모델링 공사로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렸다며 많이 힘들어했었다. 요즘 며칠 형과의 통화가 되질 않았다. 전화를 받지도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 급하게 방문하여 형의 안전을 확인해야만 했다. 예민해진 부분은 있었지만 다행히 아무 일 없었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명상을 하던 어느 날 문득, 나는 조상택과 김문식이란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이 사람들은 형과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일까? 예전에도 다른 사람들 때문에 형은 힘들어했었는데 지금 형은 어떤 사람들 때문에 많이 힘들고 괴로워하는 것일까? 나는 형과의 대화에서 먼저 형의 편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형에게 ‘조상택 김문식’이란 인물들에 대해 물었고 형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형의 말에 따르면 조상택이란 사람은 위층에 살던 사람이라고 했다. 새벽만 되면 쿵쿵거리며 천정을 내리쳤다고 한다. 왜 그런 것 같으냐고 물어보니 형은 자기가 자면서 코 고는 소리가 커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코 고는 소리는 콘크리트를 뚫고 위층으로 전달될 수 없다고 설명해 줘도 형은 믿지를 않는다. 조상택이란 사람은 몇 년 전에 이사 가고 현재는 위층에 살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김문식이란 사람은 깡패 두목이라고 했다. 형이 IMF 때 갈 곳이 없어서 어느 교회의 노숙자 쉼터에 잠깐 있을 때 그곳에서 같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수하를 시켜 자신을 구타했다고 한다. 구타의 이유는 없었으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뒤로 형은 그곳을 나왔다고 했다. 형의 말에 따르면 조상택, 김문식이란 두 인물은 오래전에 자신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은 만날 일도,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형의 마음속에 응어리와 상처를 남겨준 사람들인 것이다.


형은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길을 갈 때도 동행했으며 물건을 고르고 음식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항상 참견을 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몰래 들어와 자신을 더듬는다고 했다.


나는 조상택과 김문식이란 사람들의 실체도 알 길이 없었지만, 형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경청하고 신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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