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길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이 방법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편하니까 그냥 한다.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한다. 원칙대로 하면 손해 볼 것 같으니까 살짝 비껴간다. 그렇게 조금씩, 올바른 길에서 멀어진다.
우주에서 빛은 항상 직진한다. 하지만 거대한 질량 근처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지고 빛조차 그 굽어진 길을 따라 가게 된다. 회사라는 중력장 안에서 우리의 원칙과 기준도 자꾸만 휜다. 당장 편해 보이는 그 굽어진 길을 지름길이라 착각하며 말이다.
공자는 늘 강조했다. 군자는 도(道)를 따르고 편법을 멀리해야 한다고.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행불유경(行不由徑), 즉 길을 갈 때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인배는 이익을 위해 뒷길과 샛길을 찾지만, 군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큰길을 택한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러한 지름길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일단 급하니까 뽑게 해 주세요.” 검증이 덜 됐고, 조직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채용을 강행했다. 결과는 뻔했다. 새로 합류한 한 명이 기존 팀원들의 사기를 꺾고, 몇 달 되지 않아 좋지 않은 모습으로 퇴사했다. 남은 팀원들은 뒷수습에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채용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지름길이 가장 긴 우회로가 됐다.
방향을 공유하고 팀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비효율처럼 느껴져 생략한 적도 있다. 설명할 시간에 내가 직접 하는 게 빠르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방향을 모른 채 움직인 팀원은 결국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왔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아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잃었다.
갈등을 피한 적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팀원의 실수를 그냥 넘겼다. 당장은 편했다. 하지만 결국 탈이 났다. 작은 불씨를 끄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불을 끄느라 모두가 지친다는 걸, 그때 다시 배웠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실력보다 정치를 택하는 경우도 봤다. 정치를 선택했기에 승진이 빠를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밑천이 드러난다.
지름길로 올라간 자리는 지름길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지름길인 줄 알고 택했는데, 돌아보니 가장 늦는 길이었던 경험. 꼼수인 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나를 가장 작게 만든 선택이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회사 생활에 정답도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올바른 길은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가장 넓은 것을 품는다.
지름길로 아낀 시간보다, 큰길을 걸으며 쌓은 신뢰와 원칙이 더 오래 남는다.
막막할 때는 큰길로 가라. 그것도 모르겠다면 직진하라.
가장 늦게 도착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가장 멀리 와 있었다. 큰길은 원래 그런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