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슈퍼독.

by 이구오

영화 <슈퍼맨>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히어로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슈퍼맨’이다. 근거는 없음. 그냥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색 대비가 뚜렷한 수트 디자인과 망토, 단순 그 자체인 합성어 (슈퍼+맨) 이름, 상징적인 로고 디자인까지. 히어로 캐릭터의 전형이자 전세계 누구든 알 법한 인지도를 갖췄지만, 어쩐지 현실 세계에서 슈퍼맨은 날아다니지 못하는 듯 했다. 매번 새롭게 재창조되는 ‘스파이더맨’, ‘배트맨’, ‘조커’ 등의 캐릭터와 달리 2000년대 이후 슈퍼맨의 활약은 미비했다. 슈퍼맨을 새롭게 탄생시킨 제임스 건 감독의 <슈퍼맨>을 관람했다.


2025년 <슈퍼맨>은 슈퍼맨의 약자적인 면을 드러내는 영화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 슈퍼맨 시리즈는 타 히어로물과 비교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관해 가장 큰 이유로 주목되는 것은 슈퍼맨이 너무 완벽한 인물이라는 점. 슈퍼맨은 가장 미국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정의, 희망, 완전무결 등을 대표한다. 영웅적인 면만 부각한 신화는 21세기에서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때론 갈등하고, 실패하고, 자괴감도 느낄 줄 아는 히어로에게 관객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이를 의식했는지 <슈퍼맨>은 슈퍼맨의 정제된 이미지에서 멀어진 모습을 그린다. 슈퍼맨은 주로 ‘렉스 루터’에게 호되게 당하는 무기력한 모습,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모습을 중심으로 등장한다. 슈퍼맨의 ‘사람다움’ 매드 무비처럼 보였다.



여기서 충돌이 발생한다. 재미가 없다. 영웅도 인간적인 면을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는 좋지만, <슈퍼맨>에서 슈퍼맨은 거의 계속 당하기만 한다. 카타르시스는 커녕 슈퍼맨이 멀쩡한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저스티스 갱’의 활약이 더 돋보이고, 슈퍼독인 ‘크립토’가 이 영화의 진주인공이다. 오히려 완벽한 개지만 마니악한 면도 있는 크립토의 설정이 슈퍼맨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랬다면 내내 당하는 슈퍼맨으로부터 무기력함을 전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 시점에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위해 변해야 할 점은 분명했지만, 그런 시도가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었다.


슈퍼맨이 내내 패배하는 이유는 현재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도 유사하다. 슈퍼맨은 외계에서 온 인물이고, 렉스 루터는 이를 약점 삼아 슈퍼맨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이민자 관련한 정책으로 의견이 분분한 현 상황에서, 미국의 상징인 슈퍼맨은 오히려 이민자의 역할이 된다. 약간의 정치적인 은유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아무리 슈퍼맨일지라도 현실의 벽은 높고 가끔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액션 영화에서만큼은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닐까. 이와 상충되게, 괴랄한 몇몇 여성 캐릭터들은 진지했던 영화를 되려 B급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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