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뱅크시] 전시 후기
지금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가 있다.
바로 뱅크시의 작품을 다룬, '리얼 뱅크시'.
오늘은 드물게도 전시 후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뱅크시는 무명의 예술가다. 그의 예술 철학과 작품은 나를 포함한 뭇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나 반전(反戰)과 반자본주의에 대한 사유는 오랫동안 이야기 도마에 올랐다.
그런 그(그, 그녀, 그들 누구도 아닌)이기에 팬은 자연스럽게 그를 따랐다.
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리얼 뱅크시: 뱅크시는 아무 곳에도 없다 는 브로슈어를 보면 W에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가 되어 있는데, 아마도 Nowhere과 now here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러나 뱅크시가 정말로 이곳에 있을까?
이 전시에는 약 13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뱅크시의 법적 대변인인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의 CoA, 즉, Certificate of Authenticity를 통과한 작품은 29점. 얼핏 광고를 보고 간 사람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물론, 29점이라는 숫자는 적지 않다. 오히려 대단한 수준이다. 그 뱅크시의 진품을 그만큼이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일반 관람객에게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내 경우, 보그 코리아의 인터뷰를 보고 관람을 결정하게 됐다.
김나랑 기자의 '인사동에 문을 연 미술 실험실' - https://www.vogue.co.kr/?p=475451
아래 인터뷰인데, 이곳의 개관전이 바로 리얼 뱅크시라는 소식을 듣고 제법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뱅크시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게다가 인터뷰에는 페스트 컨트롤이 인증한 최초의 전시라는 말이 있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넘치는 기대에 전시회장으로 향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나를 맞이한 건 브로슈어였다. 그곳의 Q&A에는 예상치 못한 글이 적혀 있었다.
결국,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페스트 컨트롤 인증 전시라는 말이 틀렸다는 건가? 혼란에 빠진 나는 지하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뱅크시의 작품 연혁과 그것이 품은 의미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큐레이션의 질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뱅크시를 알던 모르던 진품의 존재만으로 볼 만한 전시였다.
다만, 포토존을 견딜 수 있다면.
인터뷰에도 나와 있듯 [한국 전시 시장에서 ‘포토 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력하는 중이다.(웃음)], 이 전시는 상업적인 전시이며 SNS를 이용한 홍보를 권장하는 면이 있었다. 이런 포토존 문화가 과연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 나가는 길목에 있는 포토존은 좁은 길에 있던 터라 뒷사람들을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박물관 혹은 미술관의 입장에서 홍보와 기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더 빛내는 요소도 그 둘이고 죽일 수 있는 요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뱅크시를 다루는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통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애초에 상업성과 거리가 가장 먼 작가 중 하나가 아닌가.
또한 이 전시는 조용했다. 실제 데시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전시 매체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다국어(주로 영어) 전시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관람객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인즉슨 영상이나 작품에 나오는 외국어에 대한 설명을 뜻한다.
전시 내 모든 영상 매체에 자막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만일 옆에 설명이 있었는데 내가 놓친 거라면 그것 또한 문제다. 영어로 작업한 영상에는 자막이 없었고 때문에 그 맥락이 모든 관람객에게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전시는 주말이어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나 아이들이 전시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더 한국어 지원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상업성은 중요하다. 특히 관람객의 참여로 그 이름을 계속 알리는 전시관에서는 더.
그러나 그 뱅크시인만큼 좀 더 사려 깊은 기획이 진행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수없이 쌓인 굿즈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결국 전시를 흥미롭게 본 나였지만 동시에 전시란 무엇인지, 홍보와 기획은 어떤 것인지 생각을 깊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생긴 사람을 위해 정보를 올리고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