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를 메꾸는 방법

INSIDE THE CRIMINAL MIND - Stanton E.

by 네오

책을 여는 동시에 저자는 범죄 원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원인에 집중해 왔다.

내가 앞서 읽은 범죄학 도서 두 가지도 원인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원인에서 찾아낸다.



이 책은 기존의 ‘원인 중심 범죄학’에 균열을 내며, 사고의 틀을 새롭게 짜게 만든다.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는 크게 생물학적 특성, 심리학적 특성, 그리고 환경적 특성이 있다.

앞의 두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이러한 원인의 조명이

범죄자 자신의 합리화에 대한 가능성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관점 또한 이 점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선택한 것이 아닌 무언가로 인해 그 행동이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는 일상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명한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아이들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언어를 구사한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부모를 비난한다.

일부는 안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면서 아이들을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아이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부모를 비난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는 그 범죄자가 처한 환경이 어떻든, 그 사람이 어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던,

그 사람은 사고체계가 우리와 다르고, 그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자가 생각하는 책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를 잘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범죄자가 가지는 사고회로의 특성을 얘기해 준다.



거짓말하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권력을 추구하며, 남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결핍되어 있으며, 자신이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허풍이 심하며 주인의식이 있다.

의무감이라는 개념이 부족하며 책임감 있는 시간관념이 부족하다.

정신상태가 시도 때도 없어 전환되어 기분과 행동이 극단적으로 변환되며

결과가 주는 두려움을 인위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다.

거부에 극도로 두려워하며 이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극단적인 생각인 원점 상태 사고를 한다.



원점상태 사고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

첫째는 스스로 무가치하다는 생각에 휩싸이는 것,

둘째는 사람들이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보고 대한다는 확신,

셋째는 뭐든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상실이다.



이는 통제권을 잃어 자신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질 수 없게 됨으로써 오는 절망에서 온다.

통제권을 잃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원점상태에 대한 두려움은 늘 존재한다.



이러한 생각의 오류 때문에 범죄자는 책임이나 공감등의 범위를 자신이 정하게 된다.

살인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서는 무책임하지만 강간범을 극도로 혐오한다.

강간범은 강간은 큰 위협이 아니었다고 스스로 정당화하지만 화이트칼라 범죄는 미친 짓이라고 한다.



이는 은행이 자기 돈(사실은 남의 돈이다)을 안전히 관리하고 있길 희망하는 은행강도나

살인미수로 기소되었으면서 스스로 가정적인 남자로 생각하는 재소자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범죄자들은 자신이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한 행동, 말, 범죄는 외부의 무언가 때문에 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이런 생각의 오류는 교육 수준, 인종, 사회경제적 위치와 상관없이 나타난다.



따라서 원인에 초점을 맞춘 교화프로그램이나 제도는 큰 실패에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 범죄자는 교화가 불가능한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8장은 범죄자가 사고회로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18장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자신을 합리화하는 태도,

그리고 그 태도가 가지는 생각의 오류를 설명하는 것을 보는 내내

‘정말 교화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범죄자들의 사고를 세세히 분해하고 관찰하여 분석하는 과정을 읽으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라는 막막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사고회로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막막하고 답답한 감정을 한 예시로 보여줌으로써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주었다.



이 장은 범죄자가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사고회로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어떠한 행동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자신을 들여보게 해야 한다.

자기 행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결과들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선행하면서도 범죄자를 존중해야 한다.



18장은 내 시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앞의 책들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점은 앞의 책들이

범죄의 원인을 바꿈으로써 범죄율을 줄이는 영향도 있겠지만,

범죄자를 신속히 검거하고 새로운 범죄를 마주했을 때

생소함을 느끼지 않기 위한 방향으로 읽는 것으로도 바람직할 수 있다.



앞의 책을 읽을 때 많은 궁금증이 들었었다.

원인을 나열한다 한들 그 모든 원인을 통제할 수도 없으며,

만성적인 범죄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을 교도소에 가둬놓는다고 해서 범죄가 완전히 사라질까?

아니 그 사람들을 교도소에 가두는 것부터가 실현가능한가?



물론 나는 생계형 범죄 같은 일시적인 범죄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느낌은 덜 받았다.

쓰레기를 눈앞에 치워버린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쓰레기가 나오는 원인을 없앨 수도 없다.



쓰레기를 새로운 무언가로 바꾸는 것이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범죄자도 마찬가지다.

범죄자의 '재'사회화가 아닌 사회화시켜야 한다.

범죄를 포기하게 하는 것 이상의 포기하고 나서 텅 비어버린 공간에 무엇을 이식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가 없으면 범죄자는 그 공간에 다시 범죄를 집어넣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범죄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회 현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이 사회현상의 한 부분인 범죄를 넓고 통찰력 있게 다룬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범죄자의 생각의 오류가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약한 오류일지라도 이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범죄자를 이해하고 전문가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한 방향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책임감이란 뭔지, 책임감 있게 사는 것은 어떤 삶인지 알려준다.

우리가 이런 오류에 발을 들이지 않도록 길을 제시해 준다.



범죄는 원인을 따지는 것보다 책임을 묻는 문제이며,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