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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Jun 07. 2024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플리크 당블 1주차] 당신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하는 법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이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돈과 그 무엇도 경험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만 19살부터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경험했고

이 경험은 그 누가 찾아와 억만금을 줄 테니 바꾸자고 해도 절대 안 바꿀 내 인생 가장 큰 인생공부였다


승무원을 하면서 세상 다양하고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

그중에서도 비행 중 승객 사망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바로 어제 일인 양 모든 것이 생생하다


중국의 한 지역으로 향하는 우리 비행기는 시작부터 승객들의 탑승 지연으로 정신없이 출발하게 됐다

그 노선의 특성상 보따리장수들이 많았고 여행객의 연령대도 4-50대 이상의 중년 분들이 많았다

사고가 있던 승객도 50대 정도의 여성분이었으며 공항에서 뭘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마지막에 부랴부랴 달려서 마지막으로 탑승하셨다


모든 비행이 그렇듯 탑승 시에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비행기 문을 닫고 이륙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진다

그날도 다시금 평온을 찾고 음료 서비스와 유료 판매 서비스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된 상황에

뒷 갤리(승무원들의 주방)에 카트를 세우자마자 막내 승무원이 바로 면세 판매를 준비하겠다며 갤리를 나섰다


사무장과 유료판매 담당 승무원은 카트를 정리하고 기내 방송 담당이었던 나는 다음 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앞 갤리에서 막내 승무원에게 콜이 왔다


“선배님, 승객이 쓰러졌어요”


막내 승무원은 다급하게 상황을 전달했지만 사실 기내에서 승객이 쓰러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부분 여성 승객이 타이트한 속옷을 착용한 채로 장시간 앉아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 입고 있던 속옷을 벗고 잠시 누워있으면 괜찮아지는 문제이기에

그날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평온하게 곧 가겠다고 한 뒤 인터폰은 받는 나를 바라보는 사무장에게  보고를 했다


“승객이 쓰러졌다는데요.. “


사무장은 가볼 테니 뒷정리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승객을 살피러 갔고 나는 유료 판매 승무원을 도와 갤리를 정리했다

대강 정리를 하고 객실을 살피려는데 커튼 밖으로 보이는 객실 상황이 어딘가 다급해 보여 가보니

승객의 몸이 축 늘어진 채 주변 승객들과 승무원들에 의해 들려지고 있었다


“닥터 페이징!!”


나를 발견한 사무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기내에 의료 종사자가 있는지 기내 방송을 통해 찾아내라는 소리다

사태가 심각함을 인지한 나는 급하게 닥터페이징 방송을 하고 기내를 돌아다니면서 외쳤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의사, 간호사가 계시면 알려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비상구 열을 지나 객실 후방 쪽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 현지 간호사가 나타났다

급하게 앞으로 모시고가 승객의 상태를 살피는데 승객의 동승자(남편)와 나누는 대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심장병이 있대요 약을 못 먹고 기내에 탔다는데요?”


탑승에 늦어서 비행기를 놓치게 될까 봐 급하게 뛰어오다가 약을 못 먹고 탑승하셨던 게 큰 무리가 됐었나 보다

승객의 남편은 한국어를 하지 못해서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환을 보여주며 아내의 입 안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다행히 맥박은 뛰고 있다고 했지만 승객은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 삼킬 수가 없는 상태인데 잘못하다간 남편이 넣은 환으로 인해 기도까지 막힐 수 있는 상황이라 승객의 행동을 제지하고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되나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사무장이 다급하게 외친다


“CPR!!!!"


나는 다급하게 승객의 옷을 탈의시키고 막내 승무원은 AED를 가져오겠다며 갤리를 나갔다

승객의 옷을 드러 올리자마자 사무장은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막내 승무원은 가지고 온 AED를 준비해서 승객의 몸에 부착하고 나는 이 상황을 기장에게 보고했다


그 사이 뒤쪽에서 후방을 지키고 잇던 유료 판매 승무원은 앞쪽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갤리를 비우지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승무원 셋이서 돌아가며 아무리 CPR을 하고 AED를 작동시켜도 승객의 의식과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이대로는 목적지까지의 운항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기장은 20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회항을 결정했다


복잡한 앞쪽 상황을 뒤로한 채 결정된 회항에 관한 방송과 다른 승객들 케어를 위해 객실로 나서는 순간

고작 32열까지 있는 비행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대형기가 된 기분이 들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어떤 정신으로 뒷 갤리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갤리에 들어서서 남아있던 후배 승무원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점프 싯(승무원들의 좌석)에 털썩 주저앉으며 승객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회항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와 동시에 방송문을 펴는 내 손이 그렇게 떨리는 건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순간이었다


회항이 결정됐다는 방송을 들은 승객들의 반발은 거셌다

다들 다음 일정이 있는데 그 일정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불편한 느낌이었다

같은 하늘 위에 떠 있는데 당신 가족에게 전화해서 늦는다고 전해주라는 승객도 있고

그럼 기다리느라 배고프니 라면을 갖다 달라는 승객도 있었다


커튼 한 장 사이로 누군가는 생사를 오가는데 라면이라니..


현 상황에서 그건 어렵겠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먹으라고 갖다 놓은 거 아니냐고 화를 내를 승객에게

맞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서비스 가능 여부의 판단은 내가 한다고 불만이 있으면 회사에 정식으로 컴플레인을 하시라고

처음으로 승객에게 화를 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회항이 결정된 공항에 비상착륙을 했지만 구급차는 준비되지 않았다

중국 현지 규정에 따라 세관을 포함한 모든 관련 직원들이 모여있어야 서류 확인 후 승객이 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장은 기체 창문을 열고 지금 비상상황이라고 저 승객 죽어간다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 스텝카(계단이 붙어있는 차)를 연결하고 관련 직원들이 기내 앞으로 왔다

휴대폰 영상 촬영과 함께.


승객의 1분 1초가 급한 이 순간에 승객을 빨리 옮길 생각은 안 하고 촬영이라니


그 와중에도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쉬지 않고 CPR을 지속하고 있는데

의사를 데려와 승객의 상태를 진찰하거나 병원으로 빨리 옮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계속 혼자 객실에서 다른 승객들을 케어했지만 승객의 하기가 결정되어 승객이 들것에 실려나가는데

계단을 내려가다 승객의 팔이 툭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는 승무원들..


그렇게 승객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우리는 상황을 정리한 후 다시 원래의 목적지로 비행을 시작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비행시간 동안 우리는 다들 고생했다는 말 외에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기장으로부터 승객이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 소식을 들은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 편을 무슨 정신으로 있었는지 모르겠다

호텔로 들어와 아무도 없는 방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인생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쏟아져 한참을 엉엉 울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사도 아니고 의료 장비도 없는 상황 있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에서 CPR 외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을까

하지만 죽어가는 한 생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채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가혹한 시간이었다


승객을 그렇게 보내고 난 뒤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 승객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죽음 앞에서 그 무엇도 부질없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수년이 지나 그 일을 기록하며 다짐해 본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해야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견뎌내야지


언제고 내가 그날의 승객처럼 이 세상을 등지게 되는 날

나의 삶의 후회가 덜 남도록 그렇게 살아가야지


#플리크 #당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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