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맞이하다
올해로 서른이 되었습니다. 그게 꽤 신기하고도, 새삼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서른이란 꽤 기묘한 나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내가 서른까지 살아있을 것이라고 별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 맞이하는 서른이 더욱 낯섭니다.
누군가 "30살에, 40살에 무엇을 할 것이냐?"라고 물었을 때 대개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대답 없이 멋쩍게 웃으며 화제를 돌리는 그 심리의 기저에는 내가 과연 서른까지, 마흔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올해에도 살아있을지, 내년까지도 살아있을지, 끊임없이 삶의 연속성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습니다. 삶은 연속적인 것이 아닌, 끝나야 할 것의 연장에 가까웠습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내게 삶을 살아간다는 건 도서관에 반납해야 하는 책을 하루씩 끊임없이 연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체 모를 죄책감과 부채감. 내가 세상에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이질감. 정확히는 스물여덟의 여름까지 그리 살았습니다.
그랬던 내가 이 글을 쓰는 건, 서른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껍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게 이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아니, 사실은 꽤 괜찮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스물 하고도 여덟 해의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스스로와의 싸움은 일여 년 전에 종결이 되었고, 그 이후에 나는 낯선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낯선 세상은 사실은 아주 익숙하지만, 다른 형태로 아름답습니다. 삶이 이어진다는 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 경이가 빛을 잃기 전에 한 번쯤 기록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살아있습니다. 그것도 꽤,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