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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Aug 09. 2020

치어떼를 닮은 이야기의 형태

긴 글을 쓸 시간이 사라지면서 나는 짤막한 메모만을 보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을 완결할 기회가 좀체 찾아오지 않았다. 완결된 형태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길이와 통일성, 구조화 할 수 있는 서사나 사변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짧은 메모를 짧은 그대로 써보는 것을 고려해 보게 되었다. 그러자 여태 내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의 조각들이 그 나름대로의 형태적 완결성을 지닌 하나의 생물이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바다 속에는 고래나 상어 같은 최종 포식자나, 이름을 일일이 알 수 없는 적당한 길이의 중간 단계의 물고기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치어는 무리를 지어 그 나름의 정체성을 확보한다. 나는 바로 그 치어떼 같은 일기를 조각 내어 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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