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지 벌써 다섯 번째 밤이 지났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필리핀에 있을 때는 늘 여유가 있었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는데,
물론 다시 올 날이 정해져 있었기에 아쉽지 않은 여행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다시 필리핀으로 갈 날이 한 달 반 정도 남았고,
그날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분주하고, 정신없고,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아마… 그냥 바빠서 그런가 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생각도 정리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고,
알아봐야 할 것들도 한가득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고,
남편도 자발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괜히 더 힘이 빠진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큐티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침에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시작부터 조금 늦어졌다.
결국 책상에 앉은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뒤였다.
나는 왜 이렇게 뭘 해도 산만하고 분주하게 일을 하는 걸까.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30분 큐티를 하면 7시부터 글을 쓸 수 있는데…
뭐 하고, 또 뭐 하다 보니 내가 책상에 제대로 앉은 시간은 7시 30분.
큐티는 금세 끝나고, 이것저것 확인하고, 지우고,
정리하다 보니 새로운 일들이 계속 눈앞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을 제쳐두고 글을 쓴다.
정말 중요한 건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머리가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나열해 보고 싶다.
어제 공부했던 영어 공부 리뷰를 다시 확인하고 읽어본다.
그 다음 아침밥을 만들고, 막내를 깨워 9시에 유치원에 보낸다.(결국 못 보냄 ㅠ.ㅠ)
9시 반이 되면 영어 튜터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회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자료를 보내고 업무를 정리한다.
그 사이사이 필리핀 갈 준비도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아이들 치과도 가야 하고, 예방접종도 맞아야 하고,
학교 서류도 떼야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도 미리 알려야 한다.
약정되어 있는 것들은 정리하고 해지해야 하고,
회사 업무도 더 명확히 나누고 정리해야 한다.
차도 팔아야 하고, 자동이체도 바꿔야 하고,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신청해야 한다.
짐 중에서 미리 택배로 보낼 것들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아도 계속 계획이 틀어지고,
생각처럼 착착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서 힘이 든다.
치과를 가려해도 아이들 컨디션을 먼저 봐야 하고,
자동이체 정리는 남편과 함께 한 번에 처리해야 하고,
어떤 일은 지금보다 출국 직전에 하는 것이 맞는 것도 있다.
시간 플래너를 잘 짜는 것이 분명 내 몫인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결국은 다 하더라.
어떤 방식이 되었든 결국 해낸다는 걸 안다.
나를 믿고,
가족을 믿고,
그냥 되는 대로 준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오늘은 타임라인을 그려서라도 하나씩 해결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