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000분의 1의 확률
초보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수 있는 확률은 1만 2000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한다. 보통 평생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 홀인원이다. 프로 선수들 중에 아직 홀인원을 못해 본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아마추어 골퍼 중에 이미 홀인원을 경험한 사람도 있다. 실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겠지만 운이 많이 따라주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기에 홀인원을 하게 되면 당사자는 3년간 그리고 동반자는 1년간 행운이 따른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갔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하여 안방 문을 열어보니 침대 위의 여섯 개의 다리가 뒤엉켜서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중 둘은 아내의 다리였고, 나머지 넷은 두 아들 녀석들의 다리였다. 모두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롭게 뒤엉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아기를 먼저 보내고 벌써 5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서 둘째 아들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초기부터 산부인과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고, 조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 초기 아내는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수술을 하였다. 일명 맥도널드 수술이라고 부르는데, 조산의 경험이 있거나 우려가 될 때는 이 부위가 미리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다고들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3살 터울인 두 아들을 정신없이 키우고 있노라니 그동안의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아픔과 슬픈 기억들은 서서히 잊혀 갔다. 그리고 특히 둘째 녀석을 낳고 나서 1년쯤 되었을 때는 그토록 원했던 주재원 파견을 나가게 되어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었기에 한국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기억들은 새로운 환경과 추억들로 덮이게 되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골프가 대중화가 되었기에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었다. 타지에서의 힘든 회사 생활이었지만 주말에 골프장을 찾아가 푸른 잔디를 보며 쭉쭉 뻗어 날아가는 골프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렸던 것 같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첫 해에는 운이 좋게도 홀인원을 경험하기도 했다. 주변의 싱글 플레이어도 아직 못해본 홀인원을 골프채를 잡은 지 얼마 안 되는 초보가 한 것이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런 생각을 주변에서 많이 해서인지 아니면 3년간의 행운을 받게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운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크고 작은 행운들이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큰 행운 중에 하나는 가족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조용할 날이 없이 두 아들들은 장난을 치고 혼나고 사고를 치고를 반복하지만 지금의 이런 생활이 나는 너무 좋고 감사하다.
나는 세상의 어떤 다른 아이들보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녀석들은 가끔 사랑한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해서 감동시킬 때가 있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목마른 대지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때도 있는 것 같다.
미처 사랑을 주지 못하고 보낸 아이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는 가능한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비록 쑥스럽고 어색해서 입이 잘 떨어지지는 않지만 이 말에는 어떤 힘이 있어서인지 이제 나의 아들들은 나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다닌다.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평생 후회하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때 자주 해야 나중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항상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 겠지만, 특히 골프와 인생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골프도 아직은 백돌이에 불과하고 인생도 아직 절반 정도밖에 살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느낀 점이 많다. 어려움이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 하며 항상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며 겪는 어려움은 피할 수는 없을지라도 극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에도 나이스 샷이 계속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