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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의 삼 Apr 15. 2018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 '고등 래퍼'에 관하여.

예술 작품은 무엇이며, 고등 래퍼는 어떻게 작품이 되었는가에 대해.

예술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때 '작품'으로 거듭난다. 
 

머릿속에 있을 때는 관념, 생각과 같은 추상적인 것에 머물러 있었던 것들이
손으로 또는 입으로, 온몸으로 표현되고 표출될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개인에게 머물러있던 생각이 타인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 전달되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그리고 나의 주관을 살짝 더하자면, 예술이 사람들에게 여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때 그것은 '작품'으로 거듭난다.

흔히 상업성과 예술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잘 팔리기 위해서는 그들을 생각하게 만들기보다는 웃겨주거나, 흥분시키거나, 슬프게 만들어야 하니까.

TV 프로그램이 그렇고, 영화와 음악이 그렇다.
만들어낸 감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생각하게 만들기보다는 생각을 멈추고 그 시간을 '소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상업 영화 같은 것들을 예술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들은 보통 '오락'으로 분류된다. 






 고등 래퍼가 예술작품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단순한 오락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그렇다는 이야기다. 

최근, 내 머릿속에서는 아예 다른 트랙으로 구분 지어놓았던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조금 무너졌다. 
내가 진정 '작품'이라 이름 붙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종영한 mnet '고등 래퍼'다. 

시즌 1에서는 가사 실수를 하며 예선에서 탈락했던 참가자가, 단 1 년만에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우승자로 거듭났다.
누구나가 사랑하는 이야기, 성공 스토리가 그려졌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스토리를 공감하도록, 즐기도록 했다. 그래서 '오락'의 기능을 충실히 달성했다. 

내가 이 문제의 프로그램이 예술 작품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단순한 오락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삶에 여운을 남기고, 생각하고 사유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참가자들이 쏟아내는 가사는 실로 고등학생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깊이와 필력의 것이었다. 
삶과, 삶에 닥친 불행을 바라보는 시선, 죽음, 어둠과 빛 같은 지극히 추상적인 관념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나는 일주일에 약 300번 정도는 고등 래퍼 참가자들이 발매한 음원을 들었고, 
하루에 30분 정도는 그 가사들에 대해 곱씹었다. 
그리고는 내 삶에 비추어보고,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아내어야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삶에 여운을 남기고, 생각하고 사유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전술했던, '예술 작품' 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상업성의 정점을 찍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예술 작품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줄이야.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로그램 자체는 아주 상업적이었던가.
예술 작품 같은 가사들을 보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달콤하게 포장해 놓고 판매했으니. 


예선 탈락에서 우승까지,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간 김하온



하지만 이제 그런 걸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상업적 의도로 연출된 하온과 빈첸의 우정을 나는 계속 응원할 것이며 (그 우정이 진실하건 진실하지 않건은 별개의 문제다. 엠넷은 참가자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 이야기는 잘 팔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그들이 대화하듯 써 내려간 하나의 작품 같은 '바코드'의 가사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곱씹을 것이기 때문에. 

예술이니 상업이니를 들먹이며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결론은 그거다.



고등 래퍼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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