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육

차별이 없어도 개인은 이미 무시당하고 있다

by Thriving

몇 주 전 안면이 있는 대학원 석사 과정의 A 분이 연락을 해 왔다. 이런저런 일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상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흔쾌히 그러자고 응답했다.


A 와의 대화 중, 나의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만드는 말이 있었다.


A는,

"해외에 나와서 공부하는 한국인 학부생, 대학원 석사, 그리고 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보면, 그들의 부모님들 중 정치인, 재력가, 혹은 대학교 교수이신 분들이 거의 90% 이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해외에 나와서 공부하는 이 자리가 마치 제가 오지 말아야 할 자리에 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였다.


아, 교육이라는 것이 배움과 진리 추구의 장을 넘어 기득권 계층의 사회적 위치를 대물림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과 동시에 마음이 쓰라렸다. 이렇게 자본과 교육의 연결 고리가, 기득권 계층의 고착화와 함께 한 사회의 계층 간의 유연성이 저하되지 아니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흙수저 부모님을 가진 학생들이 만일 그들이 어떤 기회에 해외에 나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할지라도, 주위에서 보이는 이런 현상들은 개개인에게 심리적 유리천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A의 말은 십 년 전 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대학 동창이 한 교수님과의 면담에서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교수님께서는, "부모님께서 무엇을 하시니?" "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시니?"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또 한, 다른 교수님의 수강 시간에, 또 다른 교수님은,

"내가 미국 유학 갈 때가 1980년 도였는데, 그때, 아파트 한 채 살 돈을 갖고 갔었지."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 미국의 대부분의 석사/박사 통합 과정은 학비 면제에 학교에서 TA, RA (연구 보조), 혹은 GI (대학원 학생 강사)를 하면 식/생활비는 벌면서 석/박 통합 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학부를 마친 학생이 미국 일반 대학원 석/박 통합 과정을 신청하는 데는 GRE 점수나 GMAT 점수 등이 필요하다. 이 시험을 준비하려면 대부분 한국 학생들이 2개월 이상 학원을 다니며 GRE나 GMAT 시험공부에 매진한다. 시험 준비 기간 학원비는 차치하더라도, 생활비, 교통비, 식비, 통신비 등등을 걱정해야 하는 흙수저 부모님을 가진 학생이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미국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학위를 받을 확률이 갑자기 더욱 궁금해진다. 차별이 없어도, 진정 개인은 이미 무시당하고 있는 것인가.


A의 말이 계속 내 귓가에 맴돈다.


"제가 마치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이전 11화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