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1)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by 엄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편모가정이 되었지만, 외조부모님과 삼촌, 숙모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원하는 데로 이루지 못한 것에 불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철이 없었던 것이었죠. 주변의 친구와 비교하면 위축되거나 창피한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당시의 생각이 짧던 학생에겐 부끄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무사히 졸업을 하고 취업이 아닌 창업을 했습니다. 취업준비... 치열하고 좌절을 맞는 과정은 저에겐 생략되었습니다. 창업비용을 위해 대졸자임에도 땀에 젖어가며 일했습니다. 어머니는 이러한 과정을 혼내지 않았습니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어머니 아래에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를 무척 사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21년 11월 23일 새벽 1시. 전화가 울렸습니다. 벨소리에 몽롱한 상태로 '엄마'라는 발신자명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인지 싶었습니다.
전화를 받자
"용아! 머리 아파".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평소에 묵묵했던 어머니가 자신의 아픔을 얘기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 버렸습니다.

"갈게". 짧은 대답으로 허겁지겁 옆방으로 갔습니다.

어머니 방에 불을 켜자 바닥에 누워 머리를 쥐고 아파하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괜찮냐고 묻지도 않고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구토를 했고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 올랐습니다. 신분증을 챙기라는 구급대원의 말에 어머니의 가방을 뒤졌습니다. 손이 떨리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구급차에 슬리퍼를 차림으로 올랐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어머니가 한 말이 있습니다.

"용아. 출근은 어떻게 하니. 엄마 때문에 못 가는 거 아니가"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엄마가 더 중요하지 그게 뭐가 중요한데."

맞습니다. 저에겐 어머니가 더 소중합니다. 수억,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직업이었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엄마의 전화에서 응급실 도착까지 15분.

뇌 CT 결과. 뇌동맥류. 지주막하출혈. 뇌출혈이었습니다.


저는 착하게 살진 않았습니다. 이기적이고 다른 이들에게 호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습니다.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살아오셨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인지 다행스럽게 당직의사가 신경외과 전문의였습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점차 의식이 없어졌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술에 대한 과정을 들으며 담담했습니다. 잠시 후 코일 색전술을 위해 어머니는 옮겨졌습니다. 그 사이 형과 삼촌들에게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복도에 의자가 놓인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예정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되자 형이 연락이 되어 병원으로 왔습니다. 아침 9시가 다되어 수술실에서 마취된 어머니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중환자실로 이동하여 얼굴도 보지 못했고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습니다. 수술한 의사가 수술과정을 설명하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지 않은 부위였고 출혈은 잡았다고 했습니다. 마취가 풀리고 저녁 전에 다시 CT를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이제는 병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장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일까지 쉬면서 어머니 보험 찾아보고 준비해라" 고마운 조언이었습니다. 보험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형과 함께 어머니 보험을 찾아보며 저녁까지 기다렸습니다.



헬스와 요가 그리고 등산을 꾸준히 하셨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2번의 수술과 복원수술까지 그리고 재활치료의 과정을 담은 글을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지금은 어머니의 노력과 재활치료 덕분에 회복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어머니가 약 3년 동안 생활했던 병원을 떠나 이제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오신 지 2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의 생활을 글로 담아보고자 합니다. 가족이 아픔으로 찾아오는 갈등도 솔직하게 풀어낼 거예요. 그래야 후련할 것 같습니다.

KakaoTalk_20241011_181742576.jpg 첫 병원 외박나온 어머니. 눈이 날리고 바람이 불어도 집이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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