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계획변경! 놀라운 경험.
오늘은 퇴근 후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가 고향인 부산에 온 김에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그를 위해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 약속장소로 향했다. 서울에서 만나고 마지막이었던 터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무엇하나 아깝지 않은 친구였다.
내가 자주 가는 횟집에 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친구는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을 연발했고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내가 소주를 2병이나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3년이란 세월 동안 열악한 조건 속에서 열정 가득한 프로젝트를 함께 했기 때문에 해묵은 얘기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2년간 프로젝트가 멈춰있어 그동안 인사이트를 얻고 새로운 시도방법들을 고민해 왔다. 얘기가 쏟아졌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해가질 무렵 한 사람이 합류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분야로 우리 프로젝트의 숨은 조력자였다고 소개했다. 고마운 마음에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인도를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다. 나는 자칭 인도 앰버서더였다. 누군가는 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음으로 그 당시를 사랑하고 기억한다. 인도가 나에겐 그런 곳이다. 언젠가 인도를 여행할 나를 그리면서 질문을 받고 답을 했다.
오늘이 참 웃긴 날이 될 줄 몰랐다. 옆 테이블의 노신사 두 분께서 우리의 모습이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고 소주 1병을 선물로 사주셨다. 예의상 우리도 소주 1병을 드리려 했다. 이 횟집을 몇 년을 다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낯을 가릴 거라 생각했던 내 오랜 친구는 소주를 들고 옆테이블로 갔다. 흥이 많고 즐거움을 아는 친구인 줄 알았으나 이렇게 살가울지 몰랐다. 20살부터 서울로 올라가 10년이 지난 그가 어색한 부산 사투리로 평균 70여 년의 부산의 역사들에게 재롱을 떨었다.
그들과 어울려 2시간 가까이 함께 술을 마셨다. 소주병은 쌓여갔고 우리 몫으로 9병이 쌓였다. 병 개수를 세면서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을 마지막으로 술을 이렇게나 먹은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들은 부산의 굵직한 회사의 사장님이고 은행의 지점장을 역임하신 분이셨다.
나도 넉살 좋고 살갑게 하는 성격이지만 친구들의 재롱을 보면 정말 새롭고 웃음이 나왔다. 처음 생각했던 식당에 갔다면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친구들이 재밌게 웃고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보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 와본 식당에서의 좋은 기억을 선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5명이서 다시 한번 모이자고 약속을 했고 연락처를 받게 되었다. 우리의 만남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친구의 부산행 소식을 기다려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