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한 노래
이틀 전,
조금은 급하게 결정한 프라하 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떤 사전 정보 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무작정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면 뭐 어떻게든 알게 되고 보게 되리라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체코, 프라하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던가 싶다. 모두들 유럽에서 가장 좋았다고 할 만큼의 도시이지만 이상하게도 가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프라하에 내가 오기로 생각한 것은 그냥 얼마 남지 않은 교환학생이 아까워서 하나라도 더 보자! 싶어 출발했다.
하루를 같이 여행한 언니는 사실 프라하에 두번째 오는 거라 나보다는 사뭇 감흥이 없어보였다. 그에 반해 나는 날씨가 안좋을거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화창한 날씨에 박수치고 행복해하기 시작했다. 6시간 10분 남짓의 기차, 그리고 2번의 환승.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서 힘들법도 한데 교환학생 하며 10시간 버스 등등 경험을 하긴 했다고 그 마저도 재밌고 행복하더라. 세번째로 갈아탄 기차는 해리포터처럼 칸칸 나뉜 기차였는데 내가 처음 타보고 너무 좋다며 방방 뛰자 언니는 그냥 그걸 보고 웃으며 그렇게 좋냐고 애처럼 봐주더라. 사실 같이 가는 사람이 너무나도 방방 뛰어하면 상대적으로 기분이 썩 뜨지 않음에 불쾌해 할 수 도 있는데 언니가 내 기분을 함께해준게 이번 여행에서 내가 그렇게도 프라하를 사랑하게 된 바탕인 것 같다. 처음먹은 레스토랑도 비싸긴했지만 너무 친절했고 맛있었다. 힘들지만 둘다 열심히 성 내부를 돌아다니고 맛있는 꼴레뇨와 벨벳맥주를 먹고 마시고 까를교를 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언니와 함께한 건 여행 첫날 하루였고 다음날에는 체스키크룸로프를 가러 혼자 떠났다. 여행마다 어떤 노래를 들을까 고민하는데 배경음악이 주는 그 분위기는 내가 그 나라를 그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프라하에 어울리는 노래가 뭘까 생각하다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존박의 노래를 들었다. 잔잔하면서도 리듬감있고 존박의 특유 음색이 내가 느끼는 프라하와 비슷해 탁월한 선택이었다 싶다. 그 중에서도 '존박 - 지워져간다' 가 가사까지 지금의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조급했던 마음을 숨기려 애쓰지 않아도 ~ 행복했던 우리의 시간들"
사실 이 여행이 나에게는 큰 의미인게 교환학생이 한달 정도 남은 상태에서 굉장히 허해지고 아쉽고 너무나도 우울할 지경이었는데 내가 기억하고 사랑할 수 있는 나라가 있고 또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그런 부담감이 덜어졌다. 날이 좋지 않아도 도시가 내뿜는 에너지에 나도 함께 힘이 나고 내가 무거워하던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 있던 여행이었다. 내일 여행을 마치고 교환학생이 끝나 한국 돌아가기 전까지 이 행복함을 기억하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기를.
p.s. 프라하에 세포라가 있다는 것 또한 나를 행복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