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 (1) '글을 쓴다'

첫번째 이야기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by 채원



며느리 채원의 이야기



새해가 밝았다.

새해병이 도저 결심과 목표를 세워보려 한다. 끄적끄적 써오던 글들에 조금 더 단단한 근육을 붙일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에 사로 잡혀있을 때, 문득 실소가 새어 나왔다. 나에게는 10개월이 된 사랑스러운 아들이 생겼고, 가뜩이나 어려운 다짐을 채우는 일이 이 귀엽고 에너지 넘치는 꼬맹이에 의해 지친 체력이라도 챙기면 다행인 상황에 자주 놓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데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찰나 브런치와 시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와 글을 써보자!’

글을 잘 쓰는 시어머니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며느리의 생각 교환일기.

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른 세대를 살았고, 각자의 인생을 밞아 온 여자 둘이 고부지간이 되어 만났다. 한 명은 딸, 여자보다 아내, 엄마, 할머니로 살아온 세월이 더 길어졌고, 한 명은 이제 막 아내, 엄마의 삶을 밟기 시작했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나름 대화가 잘 통하는 고부가 글로 나누는 각자의 생각 이야기, 재밌지 않을까? 어머니의 글빨? 에 나의 글은 소박함만 느껴지겠지만 그게 또 재밌지 않을까?



첫 번째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각자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일기를 써오던 습관이 쭉 이어져왔다. 매일은 아니어도 감정을 토해내고 싶을 때 일기를 썼다. 동생이랑 같은 방을 사용하다 보니 혹시나 엿보지 않을까 싶어 비밀스러운 나만의 은유적 표현들을 자주 사용하고는 했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무슨 말을 써놨는지 모르겠더라. 그때 생각했다.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쓰며 감정을 표현하자, 일기일지언정 누군가 보면 어떠한가?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이 더 편해졌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글로 감정을 토해냈다. 나름 사연 있는 삶 속에서의 크고 작은 상처를 토해내고, 친한 사람들의 아픔이 전이되어 답답한 마음을 글로 쓸어내리고, 며칠을 가슴 저리게 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 속의 이야기에 젖어 있을 때 짧은 글이라도 쓰면 마음이 안정됐다. 이런 글들을 쓸 때는 엉엉 울면서 쓸 때가 많다. 나름의 감정 일기, 꾹꾹 눌러 담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조금 아쉬웠다. 기쁘고 행복할 때의 이야기들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비교적 안 좋은 마음에 비해 기쁜 기억을 더 잘하는 편이라 다행이지만 '나 그때 정말 행복했는데, 어떤 설렘이었지?'라는 아쉬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감에 따라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잊혀지지 않게 이제라도 고이 잘 눌러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담아야겠다.


이 작은 시작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글을 조금 더 솔직하게 쓰고 싶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 해 장식된 문장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더 살결에 닿는 솔직한 글, 그렇게 공감되는 글을 쓰며 소통하고 꾸준하고 싶다. 어떤 이야기들을 써내려 갈지 꾸벅꾸벅 졸려도 설렌다. 헤헤. 육아로 지친 마음 훌훌 털어보자!





시어머니 명희의 이야기


'글을 쓴다'


채원에게 주제를 받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해본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에 자유를 얻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비상구라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 나이 종심에 생각하니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비상구인 것 같다.

삶의 희로애락을 쓰면서 지금까지 긴 시간을 건너올 수 있었다.

슬픔은 승화시킬 수 있는 비상구.

행복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

나의 마음을 스스로 예쁘게 포장 살 수 있는 포장지.


그래서 나는 글은 쓴다.

숨고 싶을 때도 글을 쓴다.

숨을 쉬고 있을 때도 글을 쓴다.

50년째 긁적인다.


2021. 1.31.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