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2) '설'

두 번째, 시어머니를 눈물 짓게한 '설' 이야기

by 채원

시어머니 명희의 '설' 이야기



'설'

채원이는 나에게 정신적,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준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나에게

심플한 주제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설'이라는 주제에 눈물이 났다.


유년시절 나는 부유한 집안에서 귀하게 자랐다.

설이 되면 엄마는 언제나 예쁜 옷과 양말과 신발을 사주셨다.

새해 시작이니까 첫발을 잘 디뎌야 한다면서...

그 시절이 언제였던가 추억하면서 행복했다.

엄마는 떡을 하시고, 엿을 고시고.

많은 음식을 푸짐하게 해서 어려운 사람을 나누어 주시는 부모님...

그랬었다...


그리고 1975년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서의 설은 책임과 의무가 따랐다.

대가족에 맏며느리로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힘들게 그것을 처리해야만 했다.

시댁이라는 곳은 무서웠다.

매번 설에는 많은 음식을 해야 했다

시댁 식구가 많았으므로...


결혼하면 멋진 인생이 펼쳐질 거라 생각하면서 설레었던

그것은 어린 나에게 있어 생각의 오점이었다.

힘들고, 어렵고, 무섭고, 눈치 보고.

그런 세월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채원이라는 자부를 맞이하여

즐겁게 행복하게 설을 보내고 있다.

약소하고 간단하게 그러나

정성을 다하여 예를 갖추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설'

신성하게 맞이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을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온 정성을 담아서

즐겁고 아름답게 보내고 있다.


2.9.2021





며느리 채원의 '설' 이야기


‘설’이라는 주제를 띄워놓고 차근히 지난날을 보자니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사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찌감치 시어머니께 글을 받고, '설 당일에 올려야지!' 하고 글을 쓰려고 폼을 잡으면 꼬맹이가 낮잠에서 깼다. 설 연휴에 한 쉼 정도는 나만을 위한 시간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고, 모든 자잘한 일들을 연휴로 미뤄놓은 나를 탓했다. 이것이 최근 가장 크게 바뀐 설에 대한 나의 이야기이다.


아직 결혼 3년 차인 나에게 설날이란 자고 싶은 만큼 자고, 틈 나는 대로 차려주는 엄마의 밥상과 간식을 가득 먹고, 강아지 세 마리를 품에 끼고 가족들이 모두 늘어져 TV를 보는 모습이 더 쉽게 떠올랐다. 이제는 강아지 세 마리 모두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결혼도 하고 귀여운 꼬맹이가 함께 하면서도, 꼬맹이가 맞이하는 첫 설날이라 그런지- 머릿속으로는 나도 아직 나의 엄마 품이 조금 더 가깝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명절 연휴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명절을 떠올리니 긴장한 내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남편은 해외에서 근무 중이어서 혼자 시댁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직은 어색했던(?) 시부모님과의 모습을 떠오르니 웃음이 난다. 하하.


명절은 명절 그대로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함께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 의미 자체를 크게 벗어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그 의미가 퇴색된 경우가 많았다. 좋은 양가 부모님들을 만나 복에 겨운 소리를 하자면, 양가를 오가는 절대적인 시간과 빈도로 마음을 측정하는 슬픈 일은 없다. 자랑 섞인 이야기로 지금까지의 명절은 즐겁다. (아가가 한참 코로나 틈에 태어나서 더 왁자지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시댁에서는 큰 살림은 해오신 시어머니의 배려로 처음 겪는 낯선 명절의 풍경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당신이 시집살이와 힘든 살림을 해온 사람이라면 며느리에게 고~대로 갚아줄(?) 만도 하다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며느리라는 자리에서 며느리(나)를 지키려는 장군 같다. 명절에는 점점 트렌드(?)에 따라 약소하게 준비하시고, (사실 약소하게 한다고 혼자 다 준비하시는데... 약소하지 않다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만의 방식으로 예를 지키시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다.


친정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모 댁에서 외갓집 식구들이 모였었는데 코로나 19로 모임을 축소하면서 간소하게 우리 집에 모이게 됐다. (우리 집 꼬맹이가 오래 편히 놀 수 있도록 ㅎ) 엄마가 굳이 명절 음식을 번지르르하게 하지 않아도 가족이 나누는 시간이 즐거우니까 행복하다. 변화하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 가족만의 속도로 명절을 축하하고 나누는데 의미를 두기로 한다. 그 의미를 알아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평범함이 주는 기쁨이 어느 때보다 달달한 2021년 설날이다. 매년 달라지는 모습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이길 수줍게 전해 본다.


우리 꼬맹이의 첫 설날이므로 더 깊은 행복을 느끼며- 모두 새해 복 담뿍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