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서른이 처음이야?

#02. 꼰대유망주 혹은 MZ호소인

by 수상


내 나이 29+1.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성공해서 어느덧 직장 4년 차가 되었다. 서른(=29+1) 치고는 나름 꽤 쌓인 연차다. 4년 전 그때는 신입의 패기로 뭐든지 다 경험해 보고 배우고 싶은 초롱초롱한 눈빛이 있었다.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에 몸을 맡겨버린 채 식후 커피를 아아로 통일하지 않은 2년 차 직원을 째려보는 꼰대유망주가 되어버렸다.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교에 복학했다. 당시 학과 학회장을 하면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쫑긋 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입후보를 했다. 결과는 0 슈팅 1골. 입후보 1명으로 당선되었다(그래도 득표율이 80%이었으니 슈팅은 한샘). 이렇게 어렵게(?) 당선된 만큼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업적 남기기라기보단 다들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했고 또 그렇게 해주기만 한다면 나름 '성공한' 학회장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전설로 회자될 19대 학회장의 모습을 그리던 도중,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1학년부터 4학년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하나의 토픽을 두고 두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다.


Dang shin en ggondae epp ni gga?

당시 1~3학년 학생들이 돈을 모아 4학년 선배들의 졸업반지를 제작해 주는 관습(?)이 있었다. 물론 내가 1학년때도 그렇게 하는 게 당연시되던 분위기였고 학생회비가 그렇게 쓰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학회장이 된 하필 지금, 이 관습이 악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부딪혔다. 솔로몬의 지혜는 없고 그 자리에만 앉아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난감했다. 양쪽 모두의 의견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이름뿐인 솔로몬은 연신 고개를 돌려가며 끄덕일 뿐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창문 없는 방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달라진 건 대학교에서 회사로, 학생들에서 회사원으로 바뀐 것뿐이다. 점심식사 후 커피 주문을 아아로 통일하지 않고 당당히 프라푸치노를 외치는 직원을 보면 그냥 다들 시키는 거 먹지 생각하다가도 먹고 싶은(나도 먹고 싶은) 메뉴를 서슴없이 말하는 그들이 부럽다. 꼰대도 아니면서 요즘 세대(이 말 쓰면 나이 든 사람이라던데!) MZ도 아닌 방황하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양쪽 모두에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며 꼰대처럼 말하고 또 MZ처럼 생각하기도 하며 화려한 처세술로 겨우 버티는 모습이 웃프다.


개인의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우리 서른이들이 처한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위치한 이른바 웃지 못할 샌드위치적 상황도 매우 매우 힘든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MZ들과 1일 5 믹스커피 러버인 기성세대들 사이에는 잠재적 꼰대유망주이자 MZ임을 호소하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