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만둘 용기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무려 8년째 조기축구를 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나를 제외하면 팀원 30여 명은 모두 동갑내기면서 나하고는 6살 정도 차이가 난다. 매주 만나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형들의 2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29살과 30살을 기점으로 '퇴사-해외여행-이직'이라는 패턴이 대부분의 모집단?(형들 미안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직할 결심은 어쩌면 대학생 시절부터 뿌리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배우고 싶은 전공을 택하기보단줄 세우기로 탄생한 명문대들의 이름만 보고 진학한다던지, 아니면 초라한 내 성적에 맞게 그냥 남들 다 가니까 가야지하며 입학을 했을 거다(내가 그랬다). 졸업 후취업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거고 좋은 회사라니까, 돈을 많이 준다니까 갔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서 선택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0대 초중반에 하기 싫거나 별 관심 없는 말 그대로의 '일'을 4~5년 동안 하다 보면 업무에 염증이 생기고, 또30대 신입사원은 잘 채용하지 않는 기업문화 특성상 20대 후반쯤에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생각한다.
월급을 빡빡하게 챙겨두는 회사를 다닌다면 소위 금융치료를 기다리며 월급날까지 버틴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직업이지만 금융치료는 꿈도 못 꾸는 소박한 월급을 받는다. 그렇지만 다른 보통의 회사들처럼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민원업무까지 있어 두배로 힘들다. 이런 상태에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어플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금융치료인데이게 불가능하다(우리 회사는 직원들 치료에 관심이 없다, 확실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더 돈 들어가야 할 상황은 많아지는데 쓸 돈이 없으니 사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할수록 금전적 박탈감만 커졌다.
이렇게 우울한 나에게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그만둘 용기다. 이미 업무적 환경에 적응해 버린 내 몸은 새로운 것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새로 입사하게 되는 회사에서 다시 시작되는 막내생활도 두렵지만 하다. 또 취업뽀개기가 얼마나 힘들고 치열한지 알기에, 지금보다는 더 나은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 내 스스로가 물음표 그 자체다.
그래서 내 스스로 더 확신이 들 때까지 취업을 위한 관련 분야 자격증도 취득하고 틈틈이 모집공고도 확인하고 자소서도 써보고 있다. 다른 곳으로 점프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우선 시도는 해봐야 후회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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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은 떠날 결심을, 시작할 마음을 준비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