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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11. 2024

@1139 <귀가 트였다고? 이해와 실행사이의 ~

@1139

<귀가 트였다고? 이해와 실행사이의 머나먼 거리>     


1. 

“제가 한 번 전화를 받아 보겠습니다.”

스페인에서 걸려온 전화에 다들 당황하는 순간 김대리가 손을 번쩍 들고 나선다. 남몰래 독학으로 1년 넘게 공부했고 이제 웬만한 드라마는 대충 자막없이 본다. 어라, 상대방 말은 대충 알아 듣겠는데 말문이 턱 막힌다.     


2.

외국어를 배울 때 ‘귀가 트인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어제까지 스페인 사람의 말은 새소리처럼 의미없는 소음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인간의 언어로 들리기 시작한다. 외국인의 말을 파악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착각은 금물이다. 듣기와 말하기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귀가 트이는 단계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레벨을 의미한다. 능동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수준으로 넘어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TV속 백종원님의 손놀림은 너무 쉬워 보였지만 내가 부엌에서 손을 놀리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만 나온다.     


3.

이런 현상은 일상의 업무현장에서도 똑같이 재현된다. 뛰어난 선배나 동료가 일처리하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럽고 쉬워 보인다. 이 바닥에서 구른 기간을 생각하면 저 정도는 나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내게도 실력발휘할 기회가 얼른 돌아오기만 학수고대한다.     


“그렇게 쉬워보이면 다음 프로젝트는 김대리가 한번 해보세요.”

아싸, 드디어 찬스가 왔다. 이번 기회에 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여 팀장님 눈도장을 쾅 받고 말테다. 그런데 어딘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 내가 봐도 대단히 어설프다. 남 하는 모습을 볼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4. 

실망할 필요 없다. 원래 일을 익히는 순서가 그렇게 흘러간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판단하는 1단계가 되면 이제 능동적 행동을 할 수 있는 2단계까지 열심히 노력해야 올라가면 된다. 남의 행동을 하나 보고 배웠으면 내 손으로 실행해보고 피드백을 받자. 머리로 아는 지식과 내 손으로 해내는 행동은 전혀 별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1단계와 2단계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헤매고 방황한다. 일단 눈에 익숙해지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더 이상 애를 쓰지 않아서 그렇다. 자신의 현재 수준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한번 오만에 빠지면 혼자 힘으로 헤어나오기 힘들다.      


5.

“다 아는 내용인데 또 연습 하라굽쇼?”

BTS는 세계적인 유명인이 된 이후로도 매일 10시간이상 안무와 보컬 연습에 몰두한다고 한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럴리는 없다. 머릿속 동작을 더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중이다. 뻔히 아는 내용을 지겨워하지 않고 반복하는 태도가 진정한 성장의 비결이다.     


*3줄 요약

○외국어에 귀가 트여도 내 입으로 말하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이해와 실행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한다.

○오만에 빠지지 말고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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