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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12. 2024

@1140 <내 일은 내가 나서야 함 : 권리 위에~

@1140

<내 일은 내가 나서야 함 :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슬픈 결말>     


1.

“그렇게 큰돈을 지불했는데 이런 일도 깜박하셨다고요?”

예전에 우리 상가 어떤 점포가 관리비를 체납하며 10년을 버티다 결국 소송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상가 측에서는 너무도 명백한 사건이라 소장을 접수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승소할 줄 알았다. 그런데!     


2.

상대방은 처음부터 꽤 거물 변호사를 선임했다. 다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너도 나도 손가락질만 했다. 이렇게 잘잘못이 분명한 사건에 저리도 큰돈을 쓰다니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고만 생각했다. 우리 측도 변호사를 선임하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색만 갖추었다.     


처음 한두 번 재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상대측 변호사가 이런저런 근거를 대고 판사도 귀를 기울인다. 우리 쪽에서는 ‘말도 안 돼.’ 외에는 뚜렷한 대응을 못했다. 일을 맡긴 변호사는 승리가 확실하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3. 

우리 상가에서 나는 완전 꼬꼬마다. 몇 번이나 의견을 말씀드렸지만 “내야 할 돈을 안 낸 사람한테 재판에서 질 이유가 있나? 걱정도 팔자야.” 그 간의 사건사고를 정리해서 변호사에게 건네자고 했다. “필요하면 변호사가 먼저 달라고 했겠지.” 다들 신경도 안 썼다.     


판사가 조정을 권유했는데 어이없이 큰 금액을 깎자고 했다. 상가 대표들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변호사를 닦달했지만 “그런 자료가 있었으면 진작 주셨어야죠.”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고 한다. 다들 변호사 일 처리를 비난하기 바빴다.     


4.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독일 법학자 폰 예링의 말이다. 내가 아무리 정당해도 내 권리를 합리적으로 주장해야 인정받는다. 본인이 아무 의지 없이 가만있는데 갑자기 정의의 기사가 나타나 적을 대신 무찔러 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 분야를 잘 모르니까 돈 주고 맡겼죠.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기술자나 전문가도 문제를 보자마자 속속들이 전부 꿰뚫을 수는 없다. 당사자가 그간의 사정과 나름의 조사 결과를 알려주면 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병원에서 의료진 역할도 마찬가지다. 본인 일은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서야 제대로 해결된다.     


5.

“법이요?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엘리트 변호사의 충격적인 말이다. 일반인은 법관을 축구심판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해진 규칙을 누가 잘 이용하는지 치열한 두뇌싸움이라고 했다.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누군가 나타나 상대에게 레드카드를 들어주면 좋겠다. 사람들은 공정한 심판의 존재가 그리워서 그렇게도 축구에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3줄 요약

○법적 분쟁에서 승리하려면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스스로 노력하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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