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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06. 2024

@1240 <잘못했다고 말했는데 왜 상대방은 더 화를~

@1240

<잘못했다고 말했는데 왜 상대방은 더 화를 낼까 : 설명과 변명의 차이>     


1.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으셔서 대답했을 뿐인데요. 그렇게 화내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지각한 김대리가 팀장 앞에서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팀장은 어이없어하고 김대리는 황당해한다. HR팀에 건의하고 싶다. CCTV 달고 VAR 신청 좀 받아주면 좋겠다.     


2.

설명과 변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잘못을 저질러 질책받는 사람은 최대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싶어 한다. 

     

한 편으로 셀프 변호하는 말이고 또 한 편으로는 낯 뜨거운 사과멘트의 다른 버전이다. 아쉽지만 어느 쪽이든 지금 상황에는 부적절하다. 듣는 사람 심장 박동수만 올린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세요,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욧!”     


물론 당신이 그렇게 악의적인 사람이 아닌 줄은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당신이 늘어놓은 말은 누가 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린다. 설명이 자세하면 더 뻔뻔하게만 느껴진다. 말이 길어질수록 신뢰를 잃게 되고 구차해 보인다.     


3. 

핵심은 문장의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다. 진정성 있게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좋다.      


“죄송합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조금 늦었네요. 앞으로는 더 일찍 출발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급한 불은 충분히 끌 수 있다.     


“그게 아니고요, 제 말씀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오늘따라 지하철이 너무 늦게 왔어요. 사람도 어찌나 많던지...” 

삐익! 그렇게 말하고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가.      


“어이쿠, 정말 당황했겠네요.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요? 정신없을 텐데 여기 물 한잔 마시고 한숨 돌리세요.”

이렇게 응대해야 마땅할까. 이런 말이 나와야 진정한 공감일까.     


4.

꼭 설명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그럴 때도 상황파악과 시점선택이 중요하다.      


김대리가 지각하는 바람에 팀장이 미팅시간 중 임원진들에게 엄청 깨졌다.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다녀왔을 수도 있지만 잠시 침묵하고 나중에 말하는 편이 낫다.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저... 제가 자료를 늦게 가져와서 너무 죄송해요. 아까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요, 실은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 차에 제가 치어서…”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역대급 이유일수록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은 지금 내 행동에 따른 결과로 너무 화가 나 있다. 내 말에 이 모든 상황이 뒤엎어진다면 피차 얼마나 민망해지겠는가. 상대방 감정선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좋겠다.      


5.

“지금 상황에 너무 죄송한데요, 제 판단을 잠깐만 설명드려도 괜찮을까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양해라도 구해야 한다. 베스트는 적절한 타이밍에 진정성 있는 사과멘트와 함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똑같은 내용을 말하고도 설명이 되느냐 변명이 되느냐는 오로지 당신 태도에 달렸다.      


*3줄 요약

◯같은 내용이지만 설명이 되기도 하고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설명과 변명의 차이는 말하는 사람의 태도와 전달방식에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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