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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17. 2024

@1247 <합격 그 이후 1 : 가진 것에 감사할~

@1247

<합격 그 이후 1 :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1.

“아빠, 민철이는 재수하기로 했다고 하네.”

“수시로 붙었다면서?”

“다닐 생각이 없대.”     


원하지도 않는 학과에 원서를 넣어 덜컥 붙어버리면 정시에 지원할 기회조차 사라진다. 이 사실을 모르는 고3과 학부모는 아무도 없지만 저런 일로 툭탁거리는 가정이 꽤 많다.     


2.

“수시원서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 보자. 아래로는 어디까지 네가 감사히 다닐 수 있겠어?”      


나는 원서를 쓸 때부터 아이의 생각을 자세히 물었다. 남들 다 말하듯 높여서, 적당히, 낮춰서 골고루 나누어 쓰는 방식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위로 더 위로 눈을 높이는 쪽에만 관심이 많을 때, 나는 아래로 더 아래쪽으로 신경을 썼다.      


어떤 결정을 하든 본인의 인생이다. 다만 막연한 허영에 빠져 리스크를 따져보지도 않고 함부로 선택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는 있다.      


본인 생각에는 자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 어린 나이다. 옆에서 지켜보면 많이 위태롭다.   

  

3.

“칫, 아빠가 어느 학교 가라고 정해주고 싶어서 그러지?”     


지금까지 키우면서 내가 먼저 어떤 지시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단 중3 졸업하는 겨울방학부터 학과 선별작업을 도와주었다. 자기 마음을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할 시기이니 내면의 욕구를 잘 들여다볼 수 있게 거울역할만 해주면 된다.      


요즘 시대에 문과 이과로 나누어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곤란하다. 1차 접근은 그나마 관심 있는 분야나 아이템 그리고 절대 절대 피하고 싶은 파트만 물어본다. 2차로는 살면서 중요하게 지키고 싶은 가치관들을 키워드로 말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몇 가지 직업과 학과의 샘플을 찾아 정보를 주었다. 내 할 일은 끝났다.     


4.

“망했어, 나 재수해야 할까 봐.”     


수능을 보고 온 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방문 밖에서 훌쩍이는 소리만 들어도 부모 가슴은 찢어진다. 좋거나 나쁜 일이 생길 때 본인보다 1만큼 더 많이 영향받는 사람이 바로 부모다.     


“아직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고 면접 볼 기회도 남아 있어. 고3 중에 수능 보고 희희낙락하는 사람 몇 명이나 되겠어. 이때 마음잡고 차분히 준비하는 사람만 면접을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멘탈이다. 운이나 능력도 어디까지나 제정신 차린 다음의 문제다. 면접에 대비한 자료를 보기 좋게 편집해 주며 일주일간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합격소식이 떴다.      


5.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잘 기억해.”     


수능 보고 면접을 거쳐 합격 발표를 기다리기까지 온 식구가 애간장을 태웠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주었다.      


간절하게 얻은 결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수십 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도록 당부했다. 다시 한번 합격을 축하한다.     


*3줄 요약

◯허영에 휩싸이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기 쉬우니 냉정한 조언이 필요하다.

◯최종 결정은 본인 몫이고 부모는 거울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 마지막 순간까지 멘탈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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