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6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나의 의무는~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36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나의 의무는 과연 합리적일까>


1.

“너도 나이가 그만하니 집안일에 참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설거지는 네가 좀 하면 어떨까?”

“알았어, 그럼 내가 먹은 밥그릇만 씻으면 되는 거지?”


스스로도 뿌듯한가 보다.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좋아, 그럼 이제 엄마도 엄마 먹을 밥만 준비하고, 엄마 옷만 세탁한다. 불만 없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한방을 맞기 전에는.


2.

권리와 의무의 밸런스를 주장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지금 상황만 놓고 판단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칠 때가 많다.


눈앞의 작은 손해에 분개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자신이 기여하는 부분은 너무 과대평가하고 남의 도움을 받고 있는 영역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결과다.


“제 업무가 아닌데요? 제가 왜 그런 일까지 해야 하죠?”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대신 상대가 지나치게 굴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먼저 철벽을 친 상황이라면 앞으로 각오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권리에 대해 상대가 하나하나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지금껏 당신이 누려온 여러 가지 혜택이 타인의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3.

“저는 무임승차할 생각은 없어요. 제 의무는 다할 생각이에요.”


정말 훌륭한 생각이다. 의무 없이 권리만 누려온 어린 시절 철부지 생활을 이제 청산했다는 뜻이다.


이왕이면 조금만 더 생각을 넓혀보자. 수행해야 할 의무는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의무는 전체의 관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의무 레벨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 발 디디고 올라선 풍경에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권리라는 생각도 못한다. 그 위치에 대한 자릿세를 내라는 말을 듣고 화만 내지 않아도 다행이다.


4.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보자. 당신은 운전면허가 없거나 열차 운행을 할 줄 몰라도 매일 집과 직장 사이를 편안히 오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함에 제대로 버리기만 하면 늘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


그런데도 스스로 정한 자신 몫의 의무만 다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과연 '무임승차'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주고받고 계산이 정확한 사람을 ‘give and taker’라고 한다. 막연히 남의 것을 빼앗기만 하는 'taker'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시간 관찰해 보면 그리 월등하게 잘 나가지는 못한다.


무조건 ‘giver’가 되어야 한다. 언뜻 남에게 무한대로 퍼주는 ‘호구’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giver 마인드로 열심히 양보하고 나누려 애써야 겨우 권리와 의무 균형점 근처에 이른다.


5.

진짜 멋진 사람은 계산하지 않는다. 밥값 n분의 1로 나눌 때 ‘내가 500원 더 내지 않았나.’ 따지고 들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베푸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제가 치울게요.”

“괜찮아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긴 시간에 걸쳐 통계를 내면 결국 서로 비슷하게 부담을 진다. 먼저 나서면 멋진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상대방 호감이라는 덤까지 챙길 수 있다.


*3줄 요약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따질 때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내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스스로 정한 의무 수준만으로는 실제로 받는 혜택과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진정 멋진 사람은 계산하지 않고 먼저 베푸는 giver 마인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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