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6 <호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옭아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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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옭아매는 사람들>


1.

“일이 많으시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얼마 전 이직한 김대리는 사무실 분위기에 적응하랴 업무파악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 옆자리 이대리가 하나하나 챙겨주니 너무 고맙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계속 지나치게 챙기려 드니 슬슬 부담스러워진다.


2.

최대리와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다. 갑자기 이대리 표정이 싸늘해진다. “오늘 저하고 식사 안 하세요? 왜요?”

“아,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요.”


일단 사과는 했지만 어딘가 좀 이상하다. ‘내가 왜 미안하다고 해야 하지? 이대리하고 미리 점심 약속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대리가 먼저 다가왔고 어느새 김대리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느라 다른 직원들과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볼 기회도 거의 없었다.


자신을 도와준 이대리가 분명 고맙기는 한데 왜 이렇게 가슴속이 답답하고 부담스러울까. 그의 말에 토씨 하나만 바꾸려 해도 금방 섭섭해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3.

호의는 말 그대로 ‘좋은 의도’를 말한다. 상대를 위하며 친절하게 배려하는 사려 깊은 행동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호의를 무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상대에게 선행을 마구 베풀어서 부채의식을 갖도록 한 뒤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 한다.


상대방은 미안한 마음에 차마 거역하지도 못한다. 그가 어떤 요구를 하든 찍소리 못하고 복종한다.


큰소리로 윽박지르며 힘으로 통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교묘한 방법으로 옴짝달싹 못하도록 휘어잡는 이도 있다.


4.

“제 말이요, 그래서 저는 누구라도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어준다고 하면 전부 거절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 계산적인 행동만 주고받으면 너무 숨이 막힌다.

상대에게 좋은 마음을 베풀고 돌아서서 잊어버릴 수 있으면 ‘건강한 호의’라고 할 수 있다. 뒷사람이 지나가도록 출입문을 잡아주었다고 해서 왜 자기보다 빨리 걸어가 그다음 문을 잡아주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면 황당하다.


또한 아름답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상대방이 거절해도 그 뜻을 기꺼이 존중한다. ‘내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감히 내 성의를 무시해? 어디 두고 보자.’ 이 정도면 절대 호의라고 볼 수 없다.


5.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면 ‘통제적 호의’를 베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러면 정말 섭섭하다.”

호의를 베풀기 전 3초만 생각하자. 정말 상대를 위한 행동인가, 아니면 이 사람을 통제하고자 하는 의도인가.

*3줄 요약

◯베풀고 나서 잊어버릴 수 있어야 진짜 호의다.

◯친절을 베풀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호의를 가장한 통제로 볼 수 있다.

◯정말 상대를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그를 통제하려는 의도인지 호의를 베풀기 전 3초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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