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킴 인터뷰를 보며
한창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며칠 전엔 최가온 선수가 기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3차 시도 끝에 자신의 우상 클로이 킴을 너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아시아 최초로 빙상
최가온은 한국 설상 종목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되었다고 한다. 우직한 17살 소녀의 대역전극도 감격스럽지만 최가온의 우승 확정 후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클로이 킴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참 아름다웠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후 매체에서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니 최가온 선수가 클로이 킴을 보며 꿈을 키웠고 클로이 킴 선수 본인과 아버지께서 정말 성심성의껏 최가온 선수의 성장을 위해 도왔다는 것.
큰 울림을 주는 그녀의 인터뷰를 여러 번 돌려 봤다.
그러면서 그녀의 인터뷰는 최근 함께 공연을 하는 동료의 자세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녀를 커버하는 롤이다. 그 말은 그녀가 아플 때만 내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인데 오페라단 재정상 커버 리허설이 따로 잡혀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커버를 해봤던 디렉터(연출가; 오페라 가수였으나 이번에 연출가로 데뷔하는 분이다.)는 우리에게 커버에게도 런스루 (run through;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가는 리허설)까지는 못되더라도 장면별로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고 우리는 그 자리(동료와 내가 함께 있었던 자리)에서 동의를 했다. 왜? 디렉터의 말을 따라야 하므로.
그러나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고, 런스루 리허설만 남은 시간이 다가오는데, 디렉터에게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하자 나는 궁금한 나머지 디렉터에게 언제 커버들이 리허설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실망스러운 대답을 듣게 되었다.
디렉터가 말하길,
주역을 맡은 내 동료가 나에게 리허설을 주기 싫다고 했단다. 본인이 다 하고 싶다고.
똑같은 장면을 두세 번 반복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날에도 그녀는 자기가 다 노래하고 싶다고 했단다.
디렉터 본인도 왜 그녀가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형식상 리허설이 잡혀있지 않으니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물론 굉장히 분량이 많은 역할이라 부담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다. 그래서 나 또한 그녀가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한번 정도는 협의한 바, 게다가 런스루도 아니고 장면별로 짤막하게 나누어 기회를 준다고 했으며, 디렉터 입장에서도 주역을 생각해서 어련히 유연하게 살필 것을.
첫 번째로, 내 동료,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나에게는 리허설 기회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것에 절대적으로 충격의 파장이 컸다. 형식적으로 커버 리허설이 잡혀있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필요한 리허설을 그녀에게서 뺏어올 권한도, 또 그러할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른 그녀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해야 할까.
디렉터 또한 보통 '커버들에게 리허설을 주자'라고 얘기하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Ok' 하는데 그녀에게서 'No'를 들으니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주역이 싫다는데. 그리고 나와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디렉터로서 리더십이 조금 아쉬웠다. 본인이 커버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얘기했기에 나와 다른 커버역을 맡은 동료는 그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우리를 조금이나마 생각해주길 바랬다.
어쨌든 내 동료는 목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마스크를 끼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본인의 리허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연습 초창기에 그녀가 지휘자가 나에게 내어준 리허설 시간을 일부러 공유하지 않았었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이때까지 그녀에게 가졌던 좋은 마음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지휘자가 추가 리허설에 관한 이메일을 보낼 때 나를 추가한다는 것을 깜박하여 그녀에게 나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 소식을 나에게 전달하지 않아 나는 리허설 시간을 잃은 적이 있었다. 사실 거기서 처음 실망을 하여 마음이 좀 상해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클로이 킴의 인터뷰를 접하고 나서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직 내 마음에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경우가 살면서 적었다 보니 내가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회사원인 친언니는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상대를 만나게 되는데 너는 이제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말로 위로인지, 조언인지 하는 말을 던진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오늘 오프닝을 맞이한다.
마지막 리허설에서 투혼을 보여준 그녀를 보며 프로페셔널로서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었으나 프로페셔널리즘을 떼고 인간적으로는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없는 마음이 (아직은) 큰 나머지 나는 조용히 리허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만 유독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도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음악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하며, 오늘 공연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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