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그리고 컨셉과 비슷한 단어들
실무 현장에서 가장 흔히 오가는 말이지만, 정작 컨셉이 무엇인지 묻는 순간 곤란해진다.
‘Concept’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라틴어 동사 잡다에서 출발한다.
Con은 ‘함께’, Cept는 ‘가지다 혹은 품다’를 뜻한다.
합치면 ‘공동으로 품고 있는 생각’ 혹은 ‘함께 가지다’ 정도 되겠다.
요즘 회자되는 ‘통섭과 융합, 공감과 공유’를 품은 단어가 아닌가.
허나, 이 컨셉이라는 말! 속내를 들춰보니 쉬운 단어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괄하거나 모두 함께 뜻을 공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물어본다. 도대체 컨셉이 무엇인가?
내친김에 마케팅, 디자인, 브랜딩,,, 분야를 넘나들며 실무 현장에서 컨셉과 함께 혼동되어 쓰이는
‘기획 언어’를 모았다.
컨셉과 비슷한 단어들 = 개념어
아이디어, 콘텍스트, 슬로건, 내러티브, 주제, 모토, 페르소나, 포지셔닝, 기획의도, 전략…
기획 과정에서 빈번히 사용되지만 각기 다른 층위를 오가는 이 단어들을
나는 ‘개념어(Conceptual Terms)’라 부른다.
이들은 컨셉을 구성하고, 거기서 파생되어 얽히며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곧 ‘기획 세계, 그들의 언어’다.
개념어는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며 확장되는 언어의 생태계를 이룬다.
마케팅에서 쓰이던 말이 디자인으로 건너가고, 브랜딩에서 다시 기획으로 옮겨 붙는 식이다. 예를 들어 ‘슬로건(Slogan)’이라는 단어를 보자. 브랜드 캠페인 제안서에서는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핵심 메시지를 뜻하지만, 전시 기획안에서는 전시의 톤을 잡는 내부 지침으로 쓰이기도 한다. 같은 분야 안에서도, 심지어 하나의 프로젝트 기획서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은 장기적 전략을 의미하기도, SNS 운영 같은 전술을 뜻하기도 한다. ‘프레임(Frame)’ 역시 디자인팀에서는 형태적 표현 원리지만 운영팀에서는 사업 전체의 틀로 쓰인다.
즉, 개념어는 고정되지 않고, 문서의 구조와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하나의 기획 논리망을 직조해 나간다. 기획자는 개념어를 선택하고 연결하며 기획의 구조를 설계한다.
방향이 세워지면 주제가 생기고, 맥락이 따라붙는다. 맥락은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전략은 메시지로 드러나며, 메시지는 다시 스토리로 확장된다. 이렇게 이어질 때 기획은 하나의 줄기를 갖는다.
곧 기획 로직(Logic)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비슷한 의미의 방향성을 가진 개념어가 하나의 기획 로직 안에서 층위를 달리하며 반복해 쓰이면,
평가자는 물론 작성자 본인조차 혼란에 빠진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