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의 실마리 = 이슈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 언어

by 불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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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슈는 현상 가운데서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진짜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현상’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현장을 답사하고 세부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는, 이 사업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진짜 문제는 눈앞에 드러난 표면적 현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사업 목적을 가로막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슈’라 부른다. 결국 이슈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기획의 방향이 달라지고, 성패가 갈린다. ‘이슈 도출’은 ‘문제정의’이며, 곧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다.


많은 경우 발주처는 “관람객 수 증대”, “홍보 효과 강화” 같은 바람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목표만으로는 기획의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는다. 그 목표가 왜 달성되지 못했는지, 어떤 지점이 장애가 되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때 기획자가 발견해 내는 것이 곧 ‘이슈(issue)’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많지 않다는 현상이 드러났다고 하자. 이를 곧바로 “홍보 부족”으로 정의하면, 해결책은 홍보 예산 증액, 광고 집행, SNS 마케팅 강화 같은 처방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문제를 그렇게 정의하는 순간 기획은 표면에 머무른다. 홍보를 강화했음에도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관람객 수가 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전시 경험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아 재방문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공간 접근성이 떨어져 관람을 망설이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전시의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아 타깃 관람객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진짜 문제는 ‘홍보’가 아니라 전시 경험의 질, 공간의 제약, 메시지 전달의 실패일 수 있다.


기획자가 어떤 지점을 문제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기에 이슈는 어디서든 발견될 수 있으며, 기획자는 그 출발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발주처의 지침 속에서 문제를 읽어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불특정 다수의 욕구와 경험에서 문제를 길어 올려야 할 때도 있다.


전시 사업처럼 발주처가 제안요청서(RFP)로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시작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슈는 대개 요구 수준 속에 숨어 있다. 사업 추진 배경과 목적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제시되지만, 그 문장을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기획자의 문제 정의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어떤 이는 효율성을 강조하고, 또 다른 이는 정체성을 포착한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기획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기획자의 자의적 해석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해석은 반드시 발주처의 상황과 맥락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획자의 역할은 자신의 관점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 숨어 있는 문제의식과 진짜 필요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발주처의 언어를 그대로 따르지도, 자의적으로 비트지도 않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바로 그 정밀한 균형 감각이 기획자의 전문성을 드러낸다.


반면 디자인이나 제품 개발처럼 특정 발주처가 존재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와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에서는, 이슈를 사용자의 경험과 공감에서 찾아야 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공감맵(Empathy Map) 같은 도구다. 사용자가 겪는 Pain Point(불편·불만·불안)를 포착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Unmet Needs(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낸다. 이어서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Opportunities(새로운 기회의 영역)를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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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용자는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사용자가 말하지 않았지만 바라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를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문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기회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자의 선입견을 넘어, 사용자의 겪는 것·보는 것·듣는 것·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진짜 문제의식이 드러나고, 공감에 기반한 전략적 이슈로 발전한다.


기획자가 어떤 지점을 문제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시사업처럼 발주처가 제안요청서(RFP)로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시작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슈가 대개 요구 수준 속에 숨어 있다. 사업 추진 배경과 목적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제시되지만, 그 문장을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기획자의 문제 정의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반면 특정 발주처가 존재하지 않는 디자인이나 제품 개발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경험과 공감에서 이슈를 발견해야 한다.


사용자의 Pain Point를 포착하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내며,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과정이 곧 문제 정의다. 이렇게 도출된 이슈는 문제 인식의 수준을 보여주고, 그것을 실행 가능한 전략 언어로 끌어올린 것이 키워드다. 키워드는 전시 메시지를 정리하고, 공간을 설계하며, 체험 요소를 선택하고, 홍보 문구를 뽑을 때까지 기획 전 과정을 이끄는 좌표가 된다. 결국 기획의 힘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의력에 달려 있다. 표면적 현상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묻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구조적 본질을 드러내는 힘이 바로 정의력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기획의 본질을 가르고, 전략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좋은 기획은 답에서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언어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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