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으로 한 수준 뛰어넘기

전략은 기대 수준을 제시하는 것

by 불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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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수준을 충족했다면, 이제는 기대 수준을 설계할 차례다.


요구 수준이 기준선을 맞추는 일이라면, 기대 수준은 그 기준을 갱신하는 일이다. 기획자에게 기대 수준이란, 단순한 요구의 해석을 넘어 목표를 재정의하고 방식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층위를 의미한다. 바로 그 전환의 중간에 위치한 것이 전략이다. 전략은 단순히 무언가를 잘 수행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전략은 무엇을 왜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과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다. 요구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구조를 제안하고, 실행까지의 연결을 만드는 ‘설계 언어’다. 기획자는 전략을 통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정의하고, 그 정의 위에 기대를 세운다.


현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현상과 요구 수준, 그리고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기대 수준 위에 서 있다. 기대 수준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며 언제나 프로젝트를 압박한다. 발주처가 문서에 적지 않아도, 사용자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관계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무형의 기대가 늘 깔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세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첫째, 암묵적 기준이다. ‘이 정도는 해주겠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의가 늘 존재한다. 둘째, 경험적 비교다. 이전 프로젝트나 경쟁 사례와 비교해 ‘이번에는 더 낫겠지’라는 기대가 작동한다. 셋째, 미래에 대한 바람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뭔가 다를 거야’라는 막연하지만 강력한 희망이 늘 따라붙는다.



이 기대 수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예가 있다.

미팅이 끝난 뒤, 회의 테이블은 어수선하다.
그때 팀장이 말한다. “컵 좀 치워줘.”
어떤 팀은 말 그대로 컵만 치운다.
다른 팀은 컵 옆에 있는 접시와 이면지까지 함께 정리한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팀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정돈이 끝나도록 회의 종료 SOP을 만들고 순서를 정해,
다음부터는 이런 지시가 아예 발생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바로 기대 수준이다. 요구 수준이 ‘기준을 맞추는 일’이라면, 기대 수준은 ‘기준을 다시 쓰는 일’이다. 이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전략이다. 전략은 단순히 문제를 잘 해결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재구성하고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능력이다. 회의실의 컵 정리에서 SOP를 만드는 일이 그러하듯, 전략은 요구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의 기대를 미리 설계한다. 브랜드 전략도 다르지 않다.


2025년, 나이키는 ‘Why Do It?’ 캠페인을 내놓았다. 한때 행동의 아이콘이던 ‘Just Do It’은 어느 순간 젊은 세대에게는 동기보다 압박으로 들리기 시작했다는 자각에 대한 응답이었다. 요구 수준은 분명했다. ‘Just Do It’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를 둘러싼 세상은 변했고, 여기에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표면의 언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진짜 문제는 브랜드 메시지가 개인의 맥락과 감정을 충분히 붙잡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Nike는 이 지점을 이슈로 정의하고, 이를 관통하는 전략 키워드를 뽑아냈다. [나만의 이유(Why), 용기 있는 시작, 지속 가능한 동기]라는 축을 세우고, 기존의 슬로건을 “폐기”하지 않고 재해석했다. 단순히 “운동하라”를 반복하는 대신, ‘왜 해야 하는지’ 각자의 이유를 제시하는 메시지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실제 사람들의 경험과 사연을 담은 콘텐츠, 작은 시작을 응원하는 영상과 이야기, 일상의 감정을 건드리는 공감 기반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결과 ‘Just Do It’은 여전히 살아 있으면서도, ‘Why Do It?’을 통해 새로운 의미 층위를 얻게 되었다. 브랜드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도 한 세대를 건너뛰어 새 질문을 던졌고, 메시지는 단순한 운동 권유에서 삶의 태도와 선택을 제안하는 차원으로 승격되었다. 이것이 기대 수준을 실현하는 전략의 힘이다. 단순한 언어의 교체가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전략 키워드로 묶어 기대치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재설계한 결과였다.



전략은 요구를 충족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대를 새로 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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