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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un Nov 09. 2019

[매그넘 인 파리 ④] 파리의 오늘과 만나다

1990 - 2019 프렌치 시크와 파리 신드롬 사이에서

1990 - 2019. 파리의 오늘과 만나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에서 1990년부터 2019년의 사진이 전시된 곳으로 들어서자 얼마 전 우리 가족이 방문했던 그 파리의 모습들이 우리를 반겼다. 파리 사람들의 흥겨운 파티 모습, 안타까웠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장면, 센강의 아름다운 모습 등 얼마 전 두 눈에 담아온 파리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즐거웠던 여행을 되새길 수 있는 사진들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


파리의 오늘날을 보여주는 이번 섹션에서는 전 세계에서 파리로 몰려들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파리지앵들의 평범한 일상,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사건과 2019년 전 세계를 슬픔에 파트린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등 이 도시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섹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프렌치 시크(French Chic) 일 것이다. 세계의 문화수도로서 프랑스 파리가 마치 공기처럼 매 순간 뿜어내는 최첨단의 유행과 멋은 여전히 인류를 매혹하고 있다. - [매그넘 인 파리]




   사진을 통해 흥겨운 음악이 들리는 듯하고, 그들의 몸짓을 통해 즐거운 마음이 전해지는 사진이다. 파리 시내에서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돌아오기 직전 유람선을 타면서 센강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듣고 춤을 추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처음 보는 사람들일 텐데도 참 흥겹고 재미있게 지낸다는 느낌이 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을 머금게 했던 사진이다.

파리지앵의 즐거운 파티 장면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리스 드 쉴리 주교가 시작해 약 300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노트르담이라는 단어는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고 하며, 약 9,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성당이다. 1804년 12월 2일 나폴레옹이 로마의 교황을 초청해 황제 대관식을 연 장소이며, 이날의 장면은 다비드의 걸작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린 장소라고 한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인류의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2019년 4월 15일 오후 6시 50분경 화재가 발생했다. 10시간 만에 높이가 90m에 달하는 첨탑과 주변 지붕을 모두 불태우며 가까스로 화재는 진압되었다. 세계의 언론들은 "프랑스가 불탔다"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며 이 비극을 보도했다. 나도 이때 노트르담 성당이 불탔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 때는 사실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저런 일도 있구나... 하고 넘겼었는데, 이번에 직접 파리를 가서 불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미 타버려 복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직접 본 것만으로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불타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찍고 있던 사진작가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2019년 노트르담 화재 장면




  감정만이 내가 사진에서 찾길 원하는 유일한 것이며, 그 외에는 모두 눈속임일 뿐이다.

   위와 같은 말을 남긴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묘사만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사진을 활용했다. 특히, 아래 사진에서 낭만의 도시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고, 스쿠터를 탄 한 커플의 그림자만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멀리서 보이는 에펠탑. 센강과 에펠탑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감각적인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런 풍경을 두 사람이 함께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매그넘 인 파리] 사진 전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사진을 고르라고 하면 이 사진을 고르고 싶다.


에펠탑을 등지고 스쿠터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커플들의 그림자




   해 질 녘에 센강에서 찍은 사진인 듯하다. 강을 바라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 그 뒤로 지나가는 남녀 한쌍. 나도 저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진이다.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모습은 왜인지 모르게 특별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파리로 돌아가 저 시간, 저 풍경 속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센강의 모습




   사실 파리에서 머무르는 2주 간의 시간 동안 느꼈던 파리는 시간이 매우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있어 느지막이 움직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항상 한적하고 여유롭다는 느낌을 받으며 지냈다. 그런데 이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지냈던 파리와는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도 서울보다는 한가한 듯한 느낌이다.      


파리의 분주한 모습




   사진 중앙에 지나가는 여자는 클로즈업되어 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뒤에 내려가는 남자의 역시 표정을 알 수가 었다. 사진 한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떤 생각과 표정을 가지고 지나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이 아래 사진처럼 표현된 것은 아닐까.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진이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최근 파리의 모습을 만나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내가 보고 겪었던 파리의 모습과 같은 모습들. 하지만 짧은 여행기간 동안 느끼지 못했던 파리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 시간 다시 파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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