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뷰 참 쉽다.
직접 제작한 숏폼의 영상 조회수가 터졌다.
그것도 아주 크게. 자그마치 100만 뷰다. 더 정확히 110만 뷰!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 온갖 유령계정들과 내 지인만 있던 나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초가집 같은 인스타 계정이 순식간에 와글와글 기와집으로 변했다.
띵
띵
띵
띠링
3,110명이 회원님의 릴스를 좋아합니다.
younimsl님이 회원님의 릴스에서 회원님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ertdill님이 회원님의 릴스에 댓글을 좋아합니다.
4,010명이 회원님의 릴스를 좋아합니다.
............
하루아침에 릴스 조회수와 팔로우수가 급증했다. 그동안 몇 날 며칠 고심해서 교육자료를 직접 만들고 디자인하며 노력했던 일들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쓱 지나갔다. 콘텐츠 개발부터 손수 한 땀 한 땀 워크지를 만들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아련하게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초창기에 콘텐츠 개발을 마쳤을 때 '마라탕과 공부를 콜라보하다니! 난 천재인가?' 자화자찬하며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졌었다. AI로 마라탕체크리스 홍보 음악까지 만들었으니 몰입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다. 체크리스트를 직접 써본 후기는 기대 이상으로 결과가 좋았다.
-그냥 공부는 별로 재미없는데 마라탕 공부는 너무 재밌어요.
-공부는 힘든데 마라탕을 상상하며 공부하니까 재밌었어요.
-체크리스트 체크하려고 책가방 내려놓자마자 숙제했어요.
-선생님 시즌2 언제 나와요? 계속 선생님 체크리스트로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가 아니라 음식재료라고 생각하니까 빨리 공부가 하고 싶어 졌어요.
-마라탕 체크리스트 하니 마라탕이 먹고 싶어서 주말에 먹었어요. 등등등
사실 마라탕 체크리스트를 개발한 이유는 아주 우연히 일어난 일이다.
'학교 끝나면 학원숙제해야 하고 아 지겨워.'
'선생님은 공부가 좋았어요? 어떻게 똑똑해 지신 거예요?'
숙제가 지겹다는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해 왔었다. 아이들 눈에 선생님이 꽤 똑똑해 보였는지 어떻게 하면 나처럼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도와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에 의해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살면서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해결 방법은 뭘까?'에서 시작한 체크리스트 개발은 순조로웠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하기 싫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강제결합 하는 것이다. 이는 시네틱스 기법으로 대학원 논문 주제였기 때문에 초반 아이디어 내는 것은 매우 순조로웠다.
싫지만 해야 하는 것 = 공부
좋아하는 것 = 마라탕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식 1위는 마라탕! 학교 급식 메뉴로 나올 만큼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짱 메뉴이다. 마라탕은 생각만으로도 강렬한 마라향이 코끝에 일렁이는 느낌이 든다. 마라탕 정도는 되어야 하기 싫어 미칠 것 같은 공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단계는 마라탕 체크리스트 체험 신청자를 받는 것이다. 하기 싫은 공부가 재밌어진다는 마법 같은 일을 기대하며 꽤 많은 아이들이 신청했다. 수량을 계산하고 아이들이 집에 가서 공부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린트해서 책자로 엮어서 배포했다. 일주일간 체험 기간이 끝나면 후기를 듣고 다시 2차 신청자를 받아서 또 제작했다. 원래의 계획은 일주일 체험을 학교에서 한 것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후기를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앙코르요청이 많아서 2차, 3차, 4차.... 5차까지 계속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서 체크리스트의 인기는 상당했다. 사실 체크리스트 제작과정을 모두 혼자서 수작업해야 하니 만만치 않았다. 5차 넘어서까지 계속 만들었던 이유는 공부가 재밌어졌다는 마법 같은 후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라인이었다. 분명 실제 사용후기도 좋고 주변 지인들도 인정한 나의 교육자료가 온라인상에서는 반응이 냉랭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감정인 무관심.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나는 SNS를 거의 하지 않았고 계정조차 비공개라서 나의 지인들하고만 소통하고 지냈었다. 뜬금없이 혜성처럼 나타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자기 물건 좋다고 보러 오라고 한다면 나 같아도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SNS활동들... 우여곡절 끝에 만든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그나마 있던 팔로워들이 언팔하며 사라졌다. 외면받았던 나의 소중한 교육자료들이 드디어 빛을!!!! 봤다고 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다.
그저...
우연히...
주말에 패딩 쇼핑한 영상이 터졌다.
웃을까? 울까? 기쁘며 슬픈 감정 뭐지? 상황이 웃프다. 먹은 것도 없는데 입안이 씁쓸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몇 날 며칠 고심해서 진짜 열심히 만든 콘텐츠는 무관심인데. 그냥 주말에 쇼핑한 패딩 영상이 100만 뷰를 찍다니! 뭔가 사람 삐딱하게 만드네 세상이. 이건 내가 삐딱한 게 아니야 세상이 기울어진 것이지.
이런 말도 안 되는 반감이 들자 나의 콘텐츠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후 나의 SNS계정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