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다 달걀 후라이 반숙이 완숙이 되어버린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먼저 찾은 건 물도, 안경도, 아들도 아니었다.
휴대폰이었다.
인스타를 여니 밤사이 또 숫자가 늘어 있었다.
어제까지 100만 남짓 이던 조회수가 어느덧 102만, 107만, 110만…
“와… 아직도 올라?”
침대 위에서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새로고침을 세 번이나 누르다가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이 목소리를 뒤늦게 들었다.
“엄마 아아— 나 아침 뭐야아 아—?”
“어… 잠깐만. 이거만 보고.”
나도 안다.
지금 이 ‘이거’는 밥도 아니고, 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그냥 숫자다.
근데 그 숫자가, 이상하게 사람보다 더 시급해 보이는 아침이었다.
휴대폰 화면 위로 알림이 계속 떴다.
“회원님의 릴스를 좋아합니다.”
“회원님의 릴스를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마흔 다섯살 아줌마의 뇌는
그 문장을 이렇게 자동 번역했다.
“당신은 지금, 대박 인기 있는 사람입니다.”
부엌으로 나가면서도 나는 화면을 끄지 못했다.
한 손엔 휴대폰, 한 손엔 프라이팬. 눈 은 휴대폰에 고정.
아침메뉴로 계란 프라이를 부치다가도 괜히 화면을 한 번 더 톡톡 켜본다.
노른자 익어가는 속도보다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더 궁금한 아침.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알고리즘의 비밀은,
영상이 아니라 ‘나의 욕망’까지 같이 터트려주는 거라서 그런 건가.”
아침밥을 차려 주면서도 나는 슬쩍 이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
‘교육용 릴스 3개 = 조회수 400’
‘패딩 쇼핑 릴스 1개 = 조회수 100만’
그날, 나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알고리즘에 휘둘리는 건 내 계정이 아니라,
내 마음 쪽이라는 걸.
그래서 그다음 릴스를 올릴 때 나는 달라져 있었다.
화면이 꺼져 있으면 불안하고, 알림 소리는 마치 몸밖에 꺼내놓은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올려야 지금의 인기를 또 누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시골에서 김장 김치가 도착했다.
'그래! 택배 언박싱을 하자!'
한껏 들뜬 기대에 찬 느낌으로 영상이 시작된다.
앗! 시골에서 택배가 도착했어요. 뭘까요? 두근두근 요러며
어머 튼튼하게 이중 박스로 보내셨네요!
커터칼로 슥슥 삭삭 따라라란!!! 개봉! 맛있겠죠? 하는 순간!
뜨으으으으으으 아아아아아악!!!
정말 리얼로 택배박스 열자마자 내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택배박스 안에는 거대한 김장봉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봉투를 뚫고 나온 김치들이, 자박한 국물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붉은 국물, 배추, 양념이 섞여서 택배 박스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김치 그릇이 되어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이중박스라서 김치국물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대 참사는 면했다.
분명 행복한 언박싱 영상 촬영 중이었는데 순식간에 고성이 들어간 터진 김치 택배 영상이 되었다.
순간 뭐지? 이 기막힌 타이밍은? 콘텐츠 대박 나라고 하늘이 주신 기회인가?
비명과 함께 촬영한 김치 박스 언박싱 영상에 뒤이어
'터진 택배에서 긴급 구조한 김치맛은?'을 제목으로 또 다른 후속 영상을 올렸다.
그것도 먹방으로. 얼굴 클로즈업해서
생애 첫 먹방을 찍어 올렸다.
그것도 교육 계정에서.
결과는 조회수 급증이다.
또다시 도파민이 나를 끌어당겼다.
김치 언박싱 영상까지 터지고 나니, 솔직히 말해 좀 무서워졌다.
내 계정이 알고리즘의 장난감이 된 느낌도 들고, 내가 교사인지, 먹방찍는 실험용 쥐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알고리즘이 내 인생을 망쳐놓은 건 아니다.
다만 내 안에 있던 '누구한테 좀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나도 '재미있는 걸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을 숫자로 선명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주식이 상한가 칠 때의 그 짜릿함!을 조회수 급등으로 잠시 맛보고 정신이 어질어질 해졌나보다.
요즘은 조회수를 확인한 다음, 일부러 화면을 재빨리 끈다. 도파민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리고 아이방문을 두드리며 크게 소리쳐 본다.
"아들, 오늘 아침은 뭐 먹을래?"
알고리즘도 좋지만
내 알고리즘의 최상위 추천은 항상 우리집 귀염둥이 패딩모델 중딩이다.